경청
그 전집에는 꼭 참고할 만한 그리 큰 가치가 없는, 그저 찌꺼기 같은 곡들도 들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오! 그 정도는 아니에요. 난 음악 악보를 읽을 때 비평하는 마음으로 읽지 않아요. 음악과 만나는 기쁨을 누리죠. 내 손에 들어온 모든 악보는 적어도 한 번은 내가 직접 읽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읽어달라고 하죠. 모차르트라면 기다려도 돼요. 연습하면서 "얼른 해, 왕께서 기다리신다"라고 말한 사람들에게 륄리가 한 명답을 아시나요? "왕은 기다려도 돼요. 그는 주인이니까." 그러니, 모차르트도 기다려도 되죠. 주인-거장master-이니까 말예요!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블랑제 71)
2.
회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벨라스케스의 위대한 작품들에 대해서 무엇을 말할 수 있나요? 위대한 렘브란트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혹은 드가의 파스텔화 작품들에 대해서는? 세잔에 대해서는? 반 고흐의 걸작들에 대해서는? 반고흐 그는 진실에 가장 가까이 이르렀습니다. 모든 위대한 예술가에 관해서 말할 때는 항상 지엽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회회는 그자체가 언어 행위입니다. 하나의 독자적 언어이지요.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말을 하는 거죠? 그저 그것을 바라보기만 합시다.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94)
T.
#경청 #그저그것을바라보기만합시다
이윽고 나는 경청할 때의 마음 자세가 이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남의 말을 들을 때, 비평하는 마음으로 듣지 않아요. 상대와 만나는 기쁨을 누리죠."
"그런데, 왜 말을 하는 거죠? 그저 그것을 듣기만 합시다."
물론 상대가 모차르트나 고흐 같은 거장은 아니다. 허나 주인-거장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상대의 말을 경청한다면 경청의 기쁨을 만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