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대중의 눈가림
내가 남기로 결심하게 된 동기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나는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만일 민주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모두 이 나라를 떠난다면, 곧 민주적인 문화와 또 다른 시대, 더 좋은 시대에 대해 회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나이든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 있는 보물입니다. 그 때에 나는 의기소침해지고 별안간 대학 생활을 표류하게 된 대다수의 모든 학생들의 운명이 걱정되었습니다. 많은 교수들이 도피를 했거나 몸을 숨겼으며, 또는 이미 체포되었습니다. 나는 어느 날 대학에서 그들 중 일부를 만나, 일종의 협약을 맺고 칠레에 남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나는 그 협약을 지켰고 대학의 민주적 성향의 구성원으로 계속 작업을 했습니다. 학생들과 내 나라에 대한 책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선생님이 남아 있기로 한 동기들 중의 하나가 독재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었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다소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는 정말이지 독재 치하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싶었습니다. 나는 독일에 대해, 특히 그 체제들을 이해함으로써 나치의 테러를 이겨내고 살아남았던 내 친구 하인쯔 폰 푀르스테르의 역사에 대해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의 체제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면 알수록, 그 체제를 속이기가 더욱 쉬워지는 법이야.' 사람들이 어떻게 점차 맹목적이 되어 가는지를, 그리고 이러한 지각상의 상실이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지를 이 독재 체제 속에서 내가 관찰할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만일 우리가 충분히 미리 경각심을 갖는다면, 그리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생산된 맹목성의 위험을 깨닫는다면, 그것이 전개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우리의 시각과 지각의 가능성들을 유지할 수 있을까? 독재의 목표들 중의 하나는 언제나 사람들에게서, 그들 자신의 환경들에 대해 관찰자로 남아 있거나 관찰자가 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들을 바꾸고 그것들을 그들 자신의 욕망에 따라 변형시킬 수 있는 모든 기회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데올로기들의 인식론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랐던 거군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무수한 독일인들이 전후에, 나치 시절의 공포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는데, 나는 그들 모두가 거짓말쟁이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아마도 그들 중 일부는 단순히 끔찍한 진실에 대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나는 그들 내면에서, 그리고 그들의 영혼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것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도록 만드는 독재 체제 하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틀림없이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을 텐데 어느 정도로 불가피하게 맹목적으로 되어 가는가? 맹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맹목적이 되어 가는 것인가? 도대체 맹목성은 어떻게, 그리고 어떤 식으로 생산되는가?'
무엇을 관찰하게 되었나요?
어디에도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통행금지를 공표한다면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한 것들을 못 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밤에 거리에서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알아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시체들을 못 볼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장막 뒤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침에 밖에 나가게 될 때 전해 듣게 되는 소문들과 이야기들을 믿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피의 흔적 조차 없습니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은 당국의 의해서 철저히 부인되고 부정됩니다. 더욱이 사람들은 어쩌면 군인들도 역시 인간들이라고, 그래서 어떤 인간도 그와 같은 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간주의적 전제들은 우리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맹목적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들은 공포에 대해 우리를 보호해주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물론 독재라는 새로운 상황들은 일부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이점들을 가져다 줍니다. 갑자기 특수한 직업들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그것들을 포기하고 도망가야 했으니까요. (함으로 275)
T.
독재는 언론 장악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고 대중은 인간주의적 전제하에 맹목적이 되고. 대중은 '그 정도인지 정말 꿈에도 몰랐어'하고 독재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