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사이퍼의 알음알이와 중도

불쌍한 사이퍼, 확실히 내가 맛있고 육즙이 많다고 느끼는 체험은 가짜가 아니다. 또 가짜가 아닌 것도 아니다. 여기에 본질적인 것이 있다.
1.
이것은 마치 줄타기 곡예와도 같다. 줄의 한쪽에 도사린 위험은 정보를 제공하는 객체들의 세계를 가정함으로써 인식현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 '정보'를 가능케 하는 기제가 실제로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쪽에는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제멋대로 해도 될 것 같은 비객관성와 임의로 가득찬 혼돈이다. 우리는 그 중간에 머무는 법, 줄 자체를 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앎의 나무 154)
2.
완벽하군요. 사이버네틱스와 순환성에 대한 우리의 대담에 대한 참 멋진 결론입니다. 그런데 그런 결론은 끝이 아니라 다시 하나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떤 궁극적인 결말로 나아가기 보다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될 겁니다. 시간은 항상 함축적입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금언을 보세요. '만물은 유전한다.' 그리고 덧붙여집니다. '인간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제가 이것을 바꾸어 표현한다면, '인간은 같은 얼굴을 두 번 볼 수 없다'가 될 겁니다. 한 번 본 얼굴을 우리는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다른 모든 것처럼 얼굴도 영원히 지나가 버립니다. 그렇지만 저는 테오발트 아저씨의 얼굴을 두 번 바라 볼 수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저씨 얼굴은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키는 말(언어)이니까요. 정태적인 상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작과 끝의 궁극점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전개되었던 공중제비돌기는 배워져야 합니다. 아니, 우리는 공중제비돌기를 도는 순간에 즐길 수 있습니다. (발명품 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