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유정법 대화
비상식적인 사람과 대화하는 법
“평소에는 굉장히 상식적이고 말도 통하는 사람인데 통일, 정치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비상식적인 분들이 있어요. 이렇게 관점이 다른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그 사람하고 얘기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질문자가 마음을 닫고 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가 자기의 관점을 고집하는 겁니다. ‘저렇게도 볼 수 있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이렇게 본다면 대화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나?’ 하고 물으니까 ‘기둥같이 생겼습니다’라고 답을 했어요. 그러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라고 할 게 아니라 ‘저 사람은 다리를 만져 봤구나. 다리는 기둥 같이 생긴 건 맞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대화가 됩니다. 대화가 안 되는 것은 상대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질문자도 자기 생각과 다르면 ‘저 사람과는 대화가 안 된다’라고 자기 관점을 고집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조금 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 대화가 됩니다. 상대에게 물어보면 다 자기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사람을 두고도 똑똑하냐 아니냐를 다르게 평가하기도 하고, 똑똑하다는 점에 동의해도 그 똑똑함이 좋으냐, 나쁘냐 하는 판단은 또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런 판단을 좌우하는 기준은 객관적이라기보다 실제로는 자기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가 더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옷을 잘 입고 있으면, ‘못 생긴 게 옷만 잘 입네’ 이렇게 평가해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옷을 잘 입고 있으면 ‘못 생겨도 옷이라도 잘 입어서 다행이다’라고 평가합니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옷을 허름하게 입고 있으면 ‘바보 같은 게 옷까지도 못 입네’ 이렇게 평가하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참 검소하구나’라고 평가합니다. 이런 평가는 진실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런 평가에 매이기보다 ‘저 사람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구나’ 이렇게 알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스님의하루 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