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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과 책임

T1000.0 2023. 11. 14. 12:51

1.
스피노자가 보여주고 있듯이, 모든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복종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오류, 공로와 과실, 선과 악 등은 복종과 불복종에 관련된 단지 사회적인 개념일 뿐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사회는 사유 능력을 복종의 의무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사회, 오직 행위에만 적용되는 국가의 규칙에 그것을 종속시키지 않는 것을 자신의 고유한 이해로 삼는 사회일 것이다. 사유가 자유로운, 따라서 생동적인 한, 그 어느 것도 위태로워지지 않는다. 사유가 그렇지 못하게 될 때, 모든 종류의 다른 억압들 또한 가능해지며, 그것들은 이미 실현되어, 어떤 행위라도 유죄가 되고 모든 삶이 위협받게 된다. (들뢰즈, 스피노자의 철학 10)

2.
저는 학생들을 일정한 체계에 복종시키는 걸 꺼려해요. 그건 나이가 어릴수록 더 중요한 문제죠. 저는 학생들이 바흐 이후의 음악은
바흐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걸 원치 않아요. 바흐 이후의 음악은 단지 바흐와 다를 뿐이니까요.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블랑제 111)

3.
제가 볼 때, 붙잡을 것을 주는 것으로 여겨지는 절대적인 것의 확실성은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어서 사람들이 사물을 보는 방식을 선택하는데 수반되는 책임의 문제를 사람들에게서 빼앗아버립니다. 저의 목적은 오히려 각자의 자기 책임과 개인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나는 사람들이 각자의 발로 서 있기를 원하고 각자의 개인적 관점을 신뢰하기를 원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 자신의 표상, 자신의 말을 발전시키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찰능력을 고양하도록 자신의 눈과 귀를 사용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보고 듣고 말하는 법을 알려 주는 도그마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혼자 춤추는 사람들로써 그들과 함께 추는 춤은 없으며 함께 나누는 대화도 시작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어떤 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자는 초대를 거절하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결과까지도 이미 알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수많은 가능성을 앞에 두고서도 그 가능성을 회피하고 어둠속으로 달아난다면 그것은 저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절대로 그런 사람을 설득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을 겁니다.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52)

4.
당신은 이런 영역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것 같군요. 그런데 무엇이 선이고 참이고 미인지 당신은 어떻게 알지요? 그러한 앎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요? 참과 거짓, 선과 악, 미와 추를 그렇게 절대적으로 나눔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을 재판관으로 승격시키게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영원한 정의로 파악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윤리적 상대주의를 옹호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윤리적 상대주의가 논의의 결과는 아닙니다. 저는 다만 소위 보편적 절대적 타당성을 소유하고 있는 그러한 분별들이 당신에 의해서 행해졌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런 분별들은 결코 당신 자신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런 분별들의 관철에 따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발명품 56)

5.
"당신은 내 생명을 구해 주었어요.
그러나 당신의 종이 되어 평안을 얻고 싶지는 않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7권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