뫎연구

부처님의 양행 1 [조삼모사의 이해]

T1000.0 2020. 9. 7. 16:03

1.

스님은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 읽은 경전에는 부처님의 일생 중 열반에 드시기 전 마지막 부처님의 모습이 자세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세상 나이로 팔십 평생을 마치셨습니다. 이것은 29세에 큰 뜻을 세우고 출가한 후 51년 동안의 수행생활을 마친 것이기도 하고, 또한 성도 후 45년 동안의 교화의 일정을 모두 마친 것이기도 합니다. 그 위대한 삶에 비해서는 그 마지막 모습이 어찌 보면 초라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하게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장례에 대해 부처님이 남기신 말씀

아난다가 장례는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부처님께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수행자들은 장례 따위는 생각하지 말라. 그것은 신심 있는 재가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재가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말씀은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풍속대로 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불교식 장례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그건 인도의 장례 문화를 말합니다. 그저 장례문화가 있을 뿐이지 진리의 측면에서 올바른 장례라는 건 없습니다. 그건 다만 세상의 풍속이니까 세상 사람들의 풍속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라는 말씀을 남기신 겁니다. 진리의 측면에서는 장례를 어떻게 치르는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의 다양한 문화들은 모두 다 소중하니 어떤 방식이든 존중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은 세상의 문화를 좋다, 나쁘다는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 존중하셨습니다. 제사 지내는 문화를 두고 제사 지내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 적도 없고, 제사를 지내라는 말씀을 하신 적도 없습니다. 죽고 나서 시신을 매장하는 사람들에게 화장하라는 말씀도 없으셨고, 화장하는 사람들에게 매장하라는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장례를 하루 만에 치르든, 닷새 만에 치르든, 일주일 만에 치르든 그 역시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고, 문화적인 것은 사람들의 풍속대로 하도록 두고 일절 간섭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장례를 불교식으로 할 것인지, 교회식으로 할 것인지, 부모님은 교회에 다니는데 아들이 절에 다니면 또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제사를 지낼 것인지 안 지낼 것인지, 3일장을 치를 것인지 5일장을 치를 것인지, 화장할 것인지 매장할 것인지, 화장한 다음에는 유골을 뿌릴 것인지 모아둘 것인지 등을 두고 가족 간에 다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로 무엇이 맞는 방식인지를 두고 자기주장을 내세웁니다. 이런 모습은 조선시대 당파 싸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건 모두 다 문화이자 풍속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것에 대해 일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서로 좋을 대로 의논해서 정하면 되는 것이지 어느 것이 옳다는 건 없다는 겁니다.

가족들이 매장을 원하면 매장을 하고, 화장을 하고 싶어 하면 화장을 하고, 3일장 하고 싶으면 3일장을 하면 되고, 5일장을 원하면 5일장을 하면 됩니다. 3일장을 해야 하는데 4일장을 하면 재앙이 닥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진리의 측면에서 보면 그런 건 없습니다. 그저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볼 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제사를 어떻게 지내고, 누가 지내고, 유골을 어떻게 하고를 두고 가족 간에 다툴 필요가 없습니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각자 자기가 원하는 바를 고집하거나, 자기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옳고 그름은 본래 없다

그러니 앞으로 스님한테도 장례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조상 묘를 언제 어떻게 옮겨야 되는지는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끼리 의논해서 정하면 되고, 정 마음에 걸리면 반야심경 한 편을 정성스레 독송하면 됩니다. 반야심경을 한 편 독송하는 이유는 반야심경이 무슨 만병통치약이라서가 아니라 반야심경의 핵심 내용이 제법이 공하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서 어떤 생각을 고집하기 때문에 거리낌이 있는 것이지, 제법이 공한 줄을 깨쳐버리면 어떠한 두려움도 찜찜함도 모두 다 사라져 버립니다.

여러분도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지 마세요. 위대한 부처님의 장례를 두고도 세상 풍속대로 하라고 하시잖아요. 그래서 부처님의 장례는 당시 세상 사람들의 풍속대로 치러졌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런 문제가 있으면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가족끼리 의논해서 뜻을 모으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가만히 보면 자기의 주장을 하거나 고집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이런 문제를 가지고 형제들끼리 싸우면 여러분은 물끄러미 보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가 우리끼리 이렇게 싸우는 걸 원하시겠습니까?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길 바라는 어머니의 뜻을 생각해서 서로 양보해서 뜻을 모읍시다

이렇게 해서 주위 사람들과 서로 화합해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 스님의 하루 200908 >

2.

정신과 마음을 통일하려고 수고를 하면서도 모든 것이 같음을 알지 못하는 것을 조삼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조삼'이라고 하는가? 옛날에 원숭이를 기르던 사람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화를 냈다. 다시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명분이나 사실에 있어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기뻐하고 화내는 반응을 보인 것도 역시 그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은 모든 시비를 조화시켜 균형된 자연에 몸을 쉬는데, 이것을 일컬어 '양행(兩行)'이라 한다.
(< 장자>, 재물론)


3.

장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하자면 조삼모사로 할 것인가? 조사모삼으로 할 것인가? "가족들이 매장을 원하면 매장을 하고, 화장을 하고 싶어 하면 화장을 하고, 3일장 하고 싶으면 3일장을 하면 되고, 5일장을 원하면 5일장을 하면 됩니다." 그래서 성인은 모든 시비를 조화시켜 균형된 자연에 몸을 쉬는데, 이것을 일컬어 '양행(兩行)'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