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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을 내려놓는 것에 관하여2. : 나의 입맛

T1000.0 2022. 12. 26. 20:33

음식이 싱겁다는 분별은 내 입맛에 싱겁다는 구분이며, 이는 입맛이 다를 뿐 음식에는 분별할 게 없음을, 즉 공함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입맛은 시절인연이지, 나의 자유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 입맛 역시 옳다/그르다 분별의 성격이 아닌 것이다. 그런 흐름 속에 내가 있을 뿐이다. 무상한 흐름 속에 한 시절인연임을 안다면
내 입맛에 집착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집착은 오히려 자유롭고 다양한 입맛의 기회를 막아버린다.

T.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조선시대라는 시절인연 속에서 양반으로 산 사람은 반상의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차별이 옳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비록 양반의 옷을 입고 살지만(또는 백정의 옷을 입고 살지만), 반상의 차별은 시절인연에 불과함을 자각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