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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정만리

T1000.0 2022. 8. 27. 16:49

1.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 하였다. 곤의 길이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변하여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하는데, 붕의 등도 길이가 몇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붕이 떨치고 날아 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도 같았다. 이 새는 태풍이 바다 위에 불면 비로소 남쪽 바다로 옮아갈 수 있게 된다.······ "붕이 남쪽 바다로 옮아 갈 적에는 물을 쳐서 삼천 리나 튀게하고, 빙빙 돌며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나 올라가며,
육개월을 날아가서야 쉬게된다."
······작은 연못의 메추라기가 대붕이 나는 것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저 놈은 대체 어딜 가겠다는 건가. 난 힘껏 날아 올라도 불과 몇 길을 못 올라가고 내려와 쑥풀 사이를 날아다니거든. 이것도 대단히 날아 오른 셈인데 저놈은 어딜 가려고 하는 걸까?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펄쩍 날아 오르면 몇 길도 오르지 못하고 내려오며, 쑥대 사이를 오락가락하지만 이것도 역시 날아 다니는 극치인 것이다. 그런데 저 자는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장자>, 소요유편)


2.
사유하는 인간이기를 그만두고서는 사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 우리는 철학적 웃음으로 밖에는 대답할 길이 없다.
- 미셸 푸코 <말과 사물>


3.
그러므로 무릇 지혜는 관직 하나를 맡아볼 만하고 행동은 고을 하나 정도에 합당하며 덕은 임금 하나를 모시기에 적당하며 능력은 나라 하나의 신임을 받을 만한 사람이 그 자신을 보는 것도 역시 메추라기가 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송영자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빙그레 웃을 뿐이다. 그는 세상이 모두 들고 일어나 그를 칭찬해도 우쭐대지 않았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를 비난해도 행동에 거리낌을 받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안밖에 대한 구분을 정확히 하였고, 영욕의 경계를 확연히 변별하였기에 그럴 수 있었다. 그는 세상 일에 대하여 급급하지 않았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아직은 뿌리를 내려 제대로 선 것은 아니었다.
(소요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