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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T1000.0 2022. 1. 14. 19:40

다들 좋은사람입니까?"
"특별히 나쁜 사람들이랄 것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이 시골 사람들이니까요."
"시골 사람이면 왜 나쁘지 않다는 거지요?"
이 추궁에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게 대답을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않았다.
"시골 사람들은 도회지사람보다 오히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지금, 친척 중에 이렇다 하 나쁜 사람은없는 것같다고 말했지요. 하지만 악인으로 정해진 인간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당신은 믿는 겁니까? 그렇게 처음부터 악인으로 정해진 사람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습니다. 평소에는 모두 다 좋은 사람이지요. 적어도 모두 보통사람들입니다. 그러다가 여차하면, 갑자기 악인으로 바뀌니 무서운 일이죠. 그러니까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겁니다." (마음 116)  

"사실이라도 상관없습니다만,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여차하면'의 의미입니다. 도대체 어떤 때를 가리키는 겁니까?"
선생님은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지금 와서 뒤늦게 열심히 설명할 기분이 아니라는 듯이,
"돈이지요. 돈을 보면 어떤 성인군자라고 해도 금방 악인이 되는 법입니다."
나는 선생님의 대답이 너무나 평범해서 실망했다. 선생님이 얘기에 몰입하지 않듯이, 나도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금방 뒤처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뒤에서 나를 불렀다.
"그거 보십시오."
"뭘요?"
"당신 기분도 내 대답 하나에 금방 변하지 않습니까?"
기다리기 위해 뒤돌아 멈춰 선 내 얼굴을 보며 선생님은 말했다.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