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로부터의 중도 :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
사람들은 당신을 생존하는 화가 중에서 가장 인정받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을 거론할 때, 그들은 당신이 번 돈을 어디에다 쓰는지 궁금해합니다. 더구나 당신이 아주 궁핍하게 살며 일하는 것을 보면서 더 의아해합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하시는 건가요?
자주 그렇듯이, 베이컨은 폭소를 터뜨린다. 그러고는 손등으로 책상을 쓸어내린다.
아, 돈! 내 돈 말입니까! 아시다시피 난 돈에 그리 집착하지 않아요. 돈을 위해서 일하지는 않습니다. 난 돈을 나눠 주곤 합니다. 적지 않게요. 내 수입의 대부분이 내 누이와 내가 아끼는 친구 중 한 사람에게 간답니다. (웃음) 내 누이는 아홉 살짜리 조카와 함께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신도 알듯이 이곳 영국에서는 세금이 엄청나게 많아요. 내가 벌어들이는 돈의 반을 세금으로 걷어 갑니다. 하지만 개의치는 않아요. 그게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 병원들을 도와줘야 하겠죠. 이곳 영국의 건강 보험은 변하고 있는 중이죠...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66)
당신은 한밤중에,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지폐 뭉치를 나누어 주는 것 같은데요....
누가 당신에게 그 사실을 말하던가요? 그런데 그건 사실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지요. 지금도 그런 일이 있고요. 한밤중에, 거리에서.... 그게 뭐 대단한 일인가요?
아무튼 당신 돈으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으니 자비로운 일이지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한다.] (67)
잘 아시듯이 돈은 쓰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당신에게 돈은 그다지 큰 관심거리가 아닌 거로군요.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돈을 좋아해요! 필요하지 않을 뿐이죠. 친구들을 초대하고, 가끔씩 여행을 하는 것 이외에는요. 내가 돈을 쓰는 것은 아주 제한되어 있습니다. 난 좋은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좋은 옷도 좋아하고요.....
옷을 좋아하신다고요? 하지만 당신은 거의 늘 같은 셔츠, 같은 바지만 입는 것 같은데요.
알고 있군요? (웃음) 사람이 늙으면 그만큼 더 추해집니다. 옷으로 잘 상쇄를 해야지요. 도움이 되거든요. 돈은 삶을 조금 덜 힘들게 하지요. (68)
2.
"그렇다면 오늘날 당신에게 돈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나는 약간의 돈을 갖고 있어 매우 행복합니다. 내가 그림을 시작했을 땐 그림으로 돈을 번다는 건 전혀 상상도 못했지요. 왜 그러는지는 나는 사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하고 사주었으니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지요.
당신은 미술 시장을 싫어하는 편인가요?
아니오. 특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그림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점에 대해선 특별히 반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건 거래상들의 일입니다. 그들은 내게서 그림을 사고, 그리고 그 뒤의 일은 그들에게 달려 있죠. 나는 약간의 돈이 있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판매가가 내가 받는 액수와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나는 부자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내 그림들이 팔리는 가격으로 짐작하는 것만큼 부자는 아닙니다. 일의 모양새는 그렇습니다. 시스템은 그렇게 작동하는 겁니다.
그래서 당신은 그것을 싫어합니까?
아니오, 정말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화가의 잔인한 손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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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에게 있어, 중도는 자유를 의미한다.
욕구로부터 자유롭다는 건 어떤가?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돈을 좋아해요."
싫어하지 않는다. 자유로울 뿐.
"욕구에 기초해서, 즉 수단과 목적에 따라서 영위되는 삶이 아니라, 생산, 생산성, 능력에 기초에서, 즉 원인과 결과에 따라서 영위되는 삶."
2.
욕구로부터의 중도는 금욕에도 쾌락에도 물들지 않는다.
3.
니체는, 자기 자신이 체험했기 때문에 한 철학자의 생애를 신비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철학자는 금욕적인 덕목들-겸손, 검소, 순수-을 독점하여, 그것들을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실제로는 거의 금욕적이지 않은 목적들에 사용한다. 철학자는 그것들을 자신의 독특함의 표현으로 삼는다. 철학자에게서 그것들은 도덕적 목적들도, 또 다른 삶을 위한 종교적 수단들도 아니며, 오히려 철학 그 자체의 <결과들>이다. 철학자에게는 또 다른 삶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겸손, 검소, 순수는 이제 아주 풍부하고 넘쳐흐르는 삶, 능력으로 충만한 삶의 결과들이 되어, 사유를 정복하고 다른 모든 본능을 자신에게 종속시킨다.-이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자연Nature이라고 부르던 것이다: (스피노자의 철학 10)
4.
그것들은 철학 그 자체의 <결과들>이다.
가령 '예쁜 신발에 예쁨이 없다. 신발에는 아무 얻을 것이 없다.'
자유로울 뿐이다. 나는 예쁜 신발을 좋아한다.
#공과긍정
T.
싫어하는 편입니까? "아니오, 특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편입니까? "특별히 반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화가는 돈에 집착하지 않는다. 돈에 대해 좋아하고 싫어함이 없으니 통연히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