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중도
3. 그런 식의 이미지 변형이 작업 중에 자주 일어납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변형이 보다 긍정적으로 일어나기를 늘 바랍니다. 지금은 삽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전적으로 비논리적인 것으로부터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매우 구체적인 대상을 다루길 원합니다. 나는 초상화 같은 대단히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 그림은 사람의 초상화일 테지만, 분석하려 들면 그 이미지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전혀 알 수 없거나 알아보기가 매우 힘들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분석을 매우 피곤하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정말이지 전적으로 우연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연이라는 것입니까?
왜냐하면 형태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죠. 최근에 어떤 사람의 머리를 그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분석해 보면 눈구멍과 코, 입을 구성하는 것은 눈, 코, 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형태였습니다. 그렇지만 윤곽선 사이를 오가는 물감이 내가 그리고자 하는 그 사람과의 유사성을 만들어 냈습니다. 나는 잠시 멈추었고 내가 원하는 바에 보다 더 근접한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 날 작업을 더 진행하여 보다 통렬하고 나의 바람에 더욱 근접하게 만들고자 노력했지요. 그러고는 이미지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소위 구상과 추상 사이의 일종의 줄타기 곡예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는 추상으로부터 전개되어 나갈 테지만 실상 추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보다 격렬하고도 통렬하게 구상을 신경계로 불러오려는 시도입니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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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과 추상 사이의 줄타기 곡예, 중도. 이미지는 추상으로부터 전개되어 나갈 테지만 실상 추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보다 격렬하고도 통렬하게 구상을 신경계로 불러오려는 시도입니다.
나라면 보여주기와 말하기 사이의 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