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2.
1.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피카소는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나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화가나 시인, 그들은 작품 속에 모든 것을 담습니다. 다른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자코메티, 그를 알기 위해서는 작품 이외에 다른 그 무엇도 부언할 게 없습니다. 본질적인 것은 그의 작품들이 당신을 감동시킨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작품과 인물 사에에 분명히 어떤 상호작용이 존재합니다.....(51)
2.앵그르의 <베르탱 씨의 초상>은 프루스트의 소설 한 페이지에 필적할 만한 기록입니다. 그는 훌륭한 이미지들을 만들었으며, 현실을 변형했습니다..... 나는 그의 회화보다 데생들을 훨씬 더 높이 평가합니다.(53)
3. <필리핀 위원회>에 그려진 모든 인물, 즉 국회의원들과 사법관들은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그림의 모든 인물이 너무나 섬세하고 명료할 뿐 아니라 흐르는 듯해서 마치 공기나 색채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54)
4.하지만 벨라스케스, 그의 그림은 전혀 다릅니다. 위대한 예술은 삶과 현존을 증대시킵니다. (55)
5. 벨라스케스가 출발점이었어요. 그러고 난 후 나는 우연성이 안내하는 대로 나 자신을 내맡겼습니다...... 벨라스케스는 내게 많은 것ㅇ르 주고 또 주었습니다. 그는 예술가의 귀감입니ㅏㄷ. 그렇지 않을까요?
[그가 다시 일어선다.]
사람들은 그림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렇지 않아요? 난 살바도르 달리의 호언장담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앞에 두고, 어떻게 그를 비난할 수 있겠어요? 한 예술가는 모든 것을 흡수합니다. 그 어떤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의 영향을 받지 않겠어요? 베울 게 있다면, 만약 그것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받아들여야지요. 모든 화가는 다른 화가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종종 그것을 사취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려고 시도해야만 합니다.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화를 가지고 나는 1950년대에 많은 변형들을 시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이 교황들 그리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56~57)
6. 교황 연작에 착수하기 전에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보셨습니까?
흑백으로 된 복제화만 보았습니다! 동요하는 교황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요.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캔버스에 첫 붓질을 할 때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거의 모른다고 하는 게 옳지요. 수많은 우연이 끼어듭니다. 어떤 이미지가 형성될 때, 나는 우연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연을 구성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지요. 그런 식으로 작업한 결과, 나는 그 연작을 보름도 안 걸려서 완성했습니다.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작업합니다. 하지만 아시듯이, 이 교황 그림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 결과가 내가 원했던 것과 일치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면 무엇을 실현하기를 바라셨나요?
처음에 나는 입에, 정확히 교황의 입에만 관심을 가지려 했습니다. 전적으로 그림 내부에서의 형태들과 색깔들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그 당시 나는 구강 질병에 관한 책을 갖고 있었어요. 구강 질병을 모네의 일몰처럼 처리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망쳤지요. 언젠가는 성공하겠지요....(58)
7.내가 무척 존경했던 테네시 윌리암스를 탕헤르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었지만 무척 우울해 보였습니다. 그의 시선은 너무나 슬펐지요. 그는 많은 시간을 모로코 청년들과 보냈는데, 그들이 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지 그는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또 알기를 원치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매춘부였지요. 누구나 그들과 사랑에 빠질 수는 있지만, 하지만 그들이 당신을 속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거죠!
[그가 웃는다.] (61)
8. 당신은 자주 웃습니다. 혹시 그 이유라도?
모든게 즐거우니까요. 모든 것에 대해 웃는 편이 훨씬 나아요.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아주 침울해지니까요.
[프랜시스 베이컨은 진지한 목소리로 읇조린다.]
"인간이 진실에 이르게 될 때 유일한 사실은 태어남과 성교, 그리고 죽음이다."
나는 엘리엇의 이 시구를 좋아합니다. 거기에 무얼 덧붙이겠어요? 사람은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습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무언가를 이루는데 성공한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요. 모험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 그건 바로 삶 자체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9.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도와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도움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런 식의 지원으로 예술가들을 수몰시켜서는 안 됩니다. 정부의 지원은 예술가들을 전통과 아카데미즘으로 밀어붙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표준적인 예술로 가도록 하는 거죠. 결국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것을 만들게 됩니다. 오늘날에는 아카데미즘이 너무 성행합니다. 이런 예술가들은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누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19세기의 낡은 기법을 고수하는 많은 화가처럼 아주 소수만 남게 될 겁니다. (64)
10. 그렇다면 오늘날 무엇이 예술가를 만드는 것일까요?
아, 무수히 많지요. 내가 생각하기에 우선 예술가는 자신의 주제와 완전히 일치해야 합니다. 그 주제가 온전히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주제가 당신 안에 거주하고 당신을 내면적으로 괴롭히지 않으면, 장식적인 것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당신은 수많은 책이나 당신 주변에서 주제를 발견하거나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설사 이집트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모든 역사를 알더라도 말입니다. 때로는, 곧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내 경우에는, 나를 강렬하게 자극하는 그 어떤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늘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예를 드면 질주하는 야생동물들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 이미지는 정말 화려합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인간의 육체를 다루는 방식을 내게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아주 흥미롭지요. 그러한 이미지들이 나를 자극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업이 잘 진행되는 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예술가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예술가란 무엇입니까?
자아가 너무 강해서는 안 되죠....(65~66)
11. 아, 돈! 내 돈 말입니까! 아시다시피 난 돈에 그리 집착하지 않아요. 돈을 위해서 일하지는 않습니다. 난 돈을 나눠 주곤 합니다. 적지 않게요. 내 수입의 대부분이 내 누이와 내가 아끼는 친구 중 한 사람에게 간답니다. (웃음) 내 누이는 아홉 살짜리 조카와 함께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신도 알듯이 이곳 영국에서는 세금이 엄청나게 많아요. 내가 벌어들이는 돈의 반을 세금으로 걷어 갑니다. 하지만 개의치는 않아요. 그게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 병원들을 도와줘야 하겠죠. 이곳 영국의 건강 보험은 변하고 있는 중이죠.....(66)
12. 당신은 한밤중에,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지폐 뭉치를 나누어 주는 것 같은데요....
누가 당신에게 그 사실을 말하던가요? 그런데 그건 사실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지요. 지금도 그런 일이 있고요. 한밤중에, 거리에서.... 그게 뭐 대단한 일인가요?
아무튼 당신 돈으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으니 자비로운 일이지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한다.] (67)
13. 잘 아시듯이 돈은 쓰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당신에게 돈은 그다지 큰 관심거리가 아닌 거로군요.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돈을 좋아해요! 필요하지 않을 뿐이죠. 친구들을 초대하고, 가끔씩 여행을 하는 것 이외에는요. 내가 돈을 쓰는 것은 아주 제한되어 있습니다. 난 좋은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좋은 옷도 좋아하고요.....
옷을 좋아하신다고요? 하지만 당신은 거의 늘 같은 셔츠, 같은 바지만 입는 것 같은데요.
알고 있군요? (웃음) 사람이 늙으면 그만큼 더 추해집니다. 옷으로 잘 상쇄를 해야지요. 도움이 되거든요. 돈은 삶을 조금 덜 힘들게 하지요. (68)
14. 내가 자화상을 그렸던 그 당시에는 그릴 만한 다른 사람이 없었어요. 프랑크, 잘 아시듯이, 난 많은 친구를 잃었습니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젊음이 모든 것이에요. (68)
15. 그렇지만 당신은 아름다움을 왜곡하지 않습니까.
나는 균열들, 우연적인 사건들, 질병들을 좋아합니다. 거기에서는 실재가 환영을 포기합니다..... (웃음) 네, 좋아요. 그렇지만 추한 것도 흥미롭고 매혹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그 유명한 '추함의 미'말이죠.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조각품을 끔찍한 것으로 판단할 때, 그 조각품이 어떤 점에서 특별할 수 있는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인식과 문화와 감수성의 문제이지요. 어쩌면 본능의 문제라고나 할까요.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특별히 호기심을 느끼지 않아요! (69)
16. 어떤 비평가들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즐거운 어조로) 누군가가 내 그림에 대해 쓴 글을 읽었어요. "얼굴 뒷면의 고기가, 바라보고 있다." 난 그게 아주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고기-머리..... 당신은 스스로 사랑받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불평하는게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내 작품들은 너무 어려워 팔리기 힘들어요. 저는 자신의 신부을 위해서 그림을 구배하는 이 풍조를 그릇된 것으로 봅니다. 사실 그렇지 않나요? 그런 식으로 구매자들이 존재하는 겁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그림을 지나치게 투자로 생각합니다. (72)
17.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그토록 거짓되고, 위장되고, 부자연스러워요. 마치 줄리언 슈나벨처럼요..... 내가 슈나벨을 언급하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나는 정말이지 그림을 사랑합니다. 그림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71)
18.1986년에 화이트 채플 갤러리에서 전시한 <냉혹한 눈물>이라 불리는 작품이 생각납니다. 그 작품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을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입니다.
보는 것과 지각하는 것, 수용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인지요?
제임스 조이스가 왜 위대한 작가인지를 설명하기는 힘들지요. <율리시즈>는 그의 걸작입니다. 그는 언어를 비틀었고, 망가뜨렸고, 잘게 찢어 놓았어요..... 그는 하나의 기법, 하나의 스타일을 발명했고, 아주 멀리까지 밀고 나아갔습니다. 나는 탐구하고, 분해하고, 낱낱이 분석하고, 발견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피카소의 작품에 대해 커다란 흥미를 느끼는 것은 바로 그런 점에서이죠. 나는 피카소를 정말 사랑합니다. (75)
19. 이집트의 조각술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합니다. 보세요, 이걸 보세요! 예를 들어 눈언저리가 초록색인 이 필사생을 보세요. 이것은 폭연과 같은 명백한 리얼리즘 작품이지요. 초현실주의자들이 시도했지만 그들은 거기에 이르지 못했어요. 아마도 피카소만이 종종 거기에 도달했을 겁니다. (77)
20. 나는 무척 쓸쓸하게 지냅니다. 오직 그림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나 자신을 표현하려고 애쓰지요. 조금 더 오래전에 조각을 시도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후회해도 아무 소용없지만요. (77)
21. 난 죽을 때까지 일하길 원합니다. 바로 그것이 내가 더 나은 작품을 하도록 충동질합니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나를 감동시키는 무엇을 하도록 말입니다.....
당신의 에너지를 어디로부터 끌어내시는지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어떤 이유도 없어요. 아무런 신앙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난 천성적으로 낙관주의자입니다. 일종의 낙관적 허무주의자라고 할까요. 하하하! (78)
22. 3층의 커다란 방은 빛이 정말 좋았어요. 여기보다 훨씬 더 좋았지요. 난 항상 낮에는 빛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난 파리의 빛을 사랑해요. 런던의 빛보다 훨씬 더 좋아하죠. 그러나 일보다는 외출을 더 좋아했어요. 내가 보기에는 파리는 가장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79)
23. 아, 맞아요. 벨리치코비치. 그는 좋은 아파트를 갖고 있었죠. 그는 매력적인 사람이었지만, 난 그의 작업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아요. 아마도 그는 내 작업에서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것을 슬쩍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그의 부인은 좀....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책략가라고나 할까요. (79)
24.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는 걸 좋아합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런던의 빛은 이른 아침에 더 좋기 때문이죠.
베이컨씨, 당신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잠에서 깨면 바로 작업에 착수하시나요?
아,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여유롭게 차를 마시죠. 난 차를 아주 많이 마십니다. 그런 후에 옆방, 아틀리에로 건너갑니다. 무엇인가 해야할 일에 대한 영감이 떠 오를 때는 얼른 가고 싶지요. 그렇게 해서 그 작업이 며칠, 혹은 여러 날, 몇 주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12일 만에 대형 삼면화를 그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작업이 잘 진행될 때는 아주 환상적이죠. 사람들은 그런 기분을 절대 모를 거예요. 오후 한 시쯤에 일을 멈추고 레스토랑으로 갑니다. 나는 점심 식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오후에는 뭘 하시는지요?
아, 오후에는 산책을 하고 선술집, 그리고 다른 곳들을 돌아다닙니다. 저녁까지 그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친구 집을 방문하거나, 아니면 여기저기를 어슬렁걸여요. '표류'하는 거죠. 'drift' 는 영어로 표류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배처럼.... (항상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사전을 집어 든다.) 이 사전을 친구 소니아 오웰이 주었어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시는 건가요?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건 정확하지 않아요. '흐르도록 내버려 둔다.', '표류하게 내버려 둔다'는 의미죠. 난 인생의 대부분을 그런 식으로 지냈습니다. 어쩌면 그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또 불안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요. 난, 그런 식으로 일생을 표류하며 살았습니다. (82)
25. 나는 '카오스'라는 이 낱말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내 삶은...... 내 살은 우연들의 연속에 불과합니다. 다른 모든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83)
26. 열다섯 살 때 동성애자로서 어떻게 사셨는지요?
당신도 알고 있듯이, 동성애는 하나의 장애로 여겨졌습니다. 절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요...
그러니까 무척 힘드셨겠네요?
나는 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난 법의 바깥에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법의 바깥에 있습니다. 난 정상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삶이 아니죠. 아시다시피 사랑은 고통스럽고 참기 어려운 질병이지만 필연적인 것입니다.
"사랑은 ....... 공범자 없이는 불가능한 범죄이다"라고 보들레르가 말했지요.
[웃음]
당신은 불량한 소년들을 사랑한다고 소문이 나 있던데요.
[웃음]
또한 가족이 있는 아버지들도요. 하지만 아시듯이 난 이사벨 로스돈이라는 여인과도 사랑을 나누었지요. 그녀는 조르주 바타유의 여자 친구이자 앙드레 드랭의 모델이었습니다. 굉장히 아름다운 여인이었지요. (87)
27. 난 스스로에게 그 어떤 질문도 던지지 않았어요. 나로서는 그저 경이롭웠을 뿐이고 맘껏 향락을 즐겼지요. 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방탕한 생활을 한 거지요. 그러한 생활이 내게 엄청나게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몇 달 동안 퇴폐적인 생활을 했습니다. 나는 그런 생활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건 너무나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89)
28. 당신은 독서를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문학이 없는 삶을 어떻게 상상하겠어요? 책이 없는 삶? 책은 상상력을 위한 근원이고, 어마어마한 원천이지요. 마르셀 프루스트는 외과 의사입니다. 그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가지고 해부를 한 것입니다. (89)
29. 루이 아라공과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어디에선가 그녀는 이렇게 썼어요.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투옥해야만 한다."
30. 어느 날 당신이 내게 이렇게 말했지요. "탄생과 죽음이 있어요. 그 둘 사이에 삶이 있습니다. 하나의 점, 그게 다예요....."
네, 바로 그거예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라고 덧붙여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죽을 때, 나중에라도, 무엇인가를 발견한다면 나는 몹시 기쁠 겁니다. 설사 그게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말입니다......(91)
31. 회화를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것은 진실의 탐구입니다. 나는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림을 그립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반 고흐, 그는 그 지점에 거의 도달한 사람입니다. 동생에게 보낸 뛰어난 편지들 중 하나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내가 하는 것은 어쩌면 환상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훨씬 더 정확하게 실재를 환기시킨다." 실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환상이 필요합니다. 아시잖아요, 진실은 변한다는 것을 진실, 그것은 허구입니다. 정치인과 경제인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누가 진실을 보유합니까? 어느 누구도 단 한 번에, 모든 사람을 위한 진실을 확보하지는 못합니다. 더구나 회화에 대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없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모든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화에 대해서 말할 때, 난 항상 당황스럽습니다. (92)
32. 다른 화가들과 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셨는지요?
언젠가 자코메티와 토론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피카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코메티가 이렇게 말했어요. "아,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변형이 필요하죠?" 내가 대답했지요. "아, 하지만 왜 안 되는 거죠?" 그것은 그의 작업 방식입니다.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비난할 수 없습니다. (93)
33. 당신은 첫번째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이후 당신의 작업 역시 동질적인 게 사실입니다. 늘 동일한 고랑을 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네, 나는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내 작업을, 동일한 강박관념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르게 작업할 수가 없어요.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피카소도 큐비즘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심지어 모든 시기에 걸쳐, 사실상 동일한 것을 그렸지요. 누구나 자신의 길을 추구합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지속적으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계속 일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삶이 연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그게 당신이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93)
34. 자코메티는 '변형들'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나요?
네. 그래요. 난 그의 조각보다 오히려 데생들에 경탄합니다. 데생들은 좀더 신경질적이죠. 회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벨라스케스의 위대한 작품들에 대해서는? 혹은 드가의 파스텔화 작품들에 대해서는? 세잔에 대해서는? 반 고흐의 걸작들에 대해서는? 반 고흐, 그는 진실에 가장 가까이 이르렀습니다. 모든 위대한 예술가에 관해서 말할 때는 항상 지엽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회화는 그 자체가 언어 행위입니다. 하나의 독자적 언어이지요.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말을 하는 거죠? 그저 그것을 바라보기만 합시다. (94)
35. 삶은 경이롭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것이....
모두 그렇지는 않겠죠....
하지만 대개는 그렇습니다. (그는 포도주의 빛깔에 탄복하면서, 우리자 안의 포도주를 둥글게 돌린다.) 이 포도주, 이 붉은 색조를 보세요...... 램즈란트......
당신은 앞으로 어떤 것들을 기획하고 계신가요?
늘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거기에 도달하는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림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난 평생 동안 일하기를 바랍니다. 바로 그것이 내 감정을 고조시킵니다. 미국인들이 'drop dead'라고 말하면, 그것은 '죽어 버려'라는 뜻으로 일종의 모욕입니다. 더 좋은 무엇을 꿈꾸겠어요?
[그는 보르도산 포도주잔을 들어 올려서, 무대 뒤를 향해 말하듯이 '안녕, 잘 가요"하고 큰 소리로 외친다. (100)
36. 내가 하려고 열중하는 것, 그것은 사물을 정상적으로 보이는 외관 너머로 비트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물을 비틀어 버림으로써 사물이 자신의 외관을 확증하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