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음에서 함으로[원리전도몽상]

*있는 그대로는 알 수 없음/ 있는 그대로의 전도몽상

T1000.0 2020. 2. 12. 20:53

우리 감각이 원래 그대로의 실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요?

 

그래요.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자극을 받은 우리의 감각이 우리 앞에 펼쳐내 보이는 것 뿐입니다. 인식의 입구에서 (인식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소위 세계의 심부름꾼들은 (세계의 다양한 모습들은) 그들 자신의 특별한 속성들을 없애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연관하여 오늘날은 자극의 무차별적 부호화가 얘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극 혹은 교란이 있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이게 신경세포가 알려주는 전부입니다. 그러나 교란의 원인은 불분명하고 그 원인은 특수하게 부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신경섬유를 식초로 자극할 경우 우리는 색이 있는 빛을 지각하게 됩니다. 혹은 미각을 느끼는 혀의 돌기를 몇 볼트의 전극봉으로 자극할 경우 우리는 식초 맛을 느끼게 됩니다. 생리학 교재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관찰을 통해 볼 때 외부세계가 내부세계에 베껴진다고 말하는 것은 우스꽝스럽고도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 할 것입니다. 식초가 색의 흔적이 되고 전기가 식초가 되는 겁니다! (발명품 22)

 

2.

 

이것은[무의식의 발견] 물론 의식이 환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본성은, 결과들을 받아들이되 그 원인들을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원인들의 질서는 끊임없이 자연 전체를 변용시키는 관계들의 결합과 해체의 질서이다. 그러나 의식적 존재들인 우리는 이러한 구성과 해체의 결과들만을 받아들인다. 

우리의 신체에 <일어나는 것>만을, 우리의 영혼에 <일어나는 것>만을, 즉 우리 신체에 미친 한 신체의 결과, 우리 영혼에 미친 한 관념의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그러한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다.(스피노자의 철학 34)

 
의식은 결과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물들의 질서를 전도시킴으로써 자신의 무지를 메운다(목적인이라는 환상). 의식은, 한 신체가 우리 신체에 미친 결과를 외부 신체의 작용의 목적인으로 만든다. (35)

3.

 

결과만을 받아들이는데[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자극을 받은 우리의 감각이 우리 앞에 펼쳐내 보이는 것 뿐입니다]. 그 원인은 모르고[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받아들인 결과와 모르는 원인 사이에서 결과의 목적인을 외부로 원인 삼는 무지, 사물의 질서가 전도된, 전도몽상.[각주:1] 본다는 것의 전도몽상.

 

있음을 본다가 아니라 본다는 것을 한다. '있음에서 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