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의 순환적 인과

패러글라이딩 영상을 본 뒤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순환적 인과의 훌륭한 사례가 아닌가.
성공적인 비행을 위해선 아무리 날아오르고 싶더라도 바람이 세게 불면 패러글라이딩을 하지 않을 자유를 선택해야한다. 왜냐하면 패러글라이딩은 계속 되야하니까. 오후가 되어 바람이 잦아들자 주저없이 비행에 나선다. 날아오르고 싶은 욕망을 할 수 있는 때니 말이다.
나는 <장자>의 나오는 대붕처럼 구만리 창공을 벅차 오른다. 날아오르자 나는 내가 생각한 비행을 향해 왼쪽 오른쪽 조정을 한다. 왼쪽으로 기우니 오른쪽을 당긴다. 이제 오른쪽으로 기우니 왼쪽을 당긴다. 내가 한 행위가 결과가 되고 결과는 다시 원인이 되어 원인과 결과가 순환한다. 그리하여 나는 어느새 안정적으로 바람을 따라 하늘을 자유롭게 나른다. 내 욕망은 원인과 결과에 따라서 영위하는 짜릿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무사히 착륙한다. 나는 한동안 흔들리는 창공 위로 어떠한 금욕도 없고, 극단의 쾌락도 없이 중도의 괘적을 그리며 아름다운 시간을 만끽한 것이다.
그리고 비행은 나를 흥분시킨다기보다는 내 안의 모든 감각의 밸브를 열어 줌으로써 나로 하여금 보다 격렬하게 삶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