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베이컨, 메모 2-1
1.
자코메티가 언젠가 이렇게 말햇떤 것을 나는 기억합니다. 그에게 가장 흥미로운 일은 똑같은 얼굴 위에서 날마다 구체화되는 어떤 미지의 성질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나는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잔인한 손 113)
2.
자코메티가 오늘날 유명하게 된 것ㅇ느 그 족가들 덕분이지요. 나는 사람들이 그의 드로잉들을 오랫동안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그것들은 그가 만든 가장 강렬한 작품들입니다. 나는 그의 조각 작품들 가운데 몇 개를 정말로 좋아합니다만, 초현실주의 시대에 나온 작품들이나 <코>나 <입> 같은 유명한 작품들은 결코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그다지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없지요. 자코메티의 조각들 한 보따리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조각 작품 몇 점을 피카소가 만들었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의 드로잉들을 좋아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114)
[나의 견해와 모순되지만 그를 좋아합니다.]
3.
우리는 좋은 친구 였지만 지금은 더 이상 만나지 않습니다. 그건 좀 슬픈 일이지만, 그러나 세상일이란 다 그런 거지요. 우리는 과거철머 그렇게 친밀한 사이는 아닙니다. (115)
4.
그런데 파리에서 있었던 전시회에 관해서 말인데, 프로이드가 그린 나의 초상화 한 점이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지요. 자그마한 그림이었지요. 그런데 글쎄, 독일에서 열렸던 그의 또 다른 전시회 도중에 누군가 그 작품을 훔쳐갔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집에 당신의 초상이 걸려 있겠군요!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그건 명성의 부산물이지요.
네. 당신이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면 그렇다고 해두죠. 그런데 어떤 사람의 명성인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115)
5.
현재 이곳 영국에서 활동하는 몇몇의 흥미롱누 화가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위대한 화가들이 등장했던 지난 수십년 이후로, 만일 우리가 인상파나 피카소를 생각해본담녀 알 수 있겠지만, 어쩐지 모든 것이 힘과 독창성을 결여하고 있는 듯하다는 사실에 발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모든 예술에서 어떤 위대한 시기가 지난 뒤에는 거의 동면에 가까운 휴지기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현재 어떤 사람도 찬양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그다지 재능이 없고, 프랑스에서건 미국에서건,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정말로 흥미로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지요. 그러나 아마도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조만간 회복기에 들어설 겁니다. 어쩌면 그건 단지 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오늘날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했거나, 혹은 나의 건강 상태가 회화 예술을 부활시키고 있는 화가들을 발견하는 내 능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군요. (116)
6.
우리는 무엇이 그림을 만드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건 무엇입니까?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보는 어떤 것을 우리의 본능으로 어떻게 창조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그것을 거의 해내지 못했지요. 우리는 언제나 갇혀 있다, 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건 어떤 것을 본능적으로 창조하는 일입니다. 본능을 설명하자면, 그건 정말로 매우 복잡하죠. 수세기에 걸쳐 회화가 어떻게 변천해왔는가를 살펴볼 때,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에 의해 본능이 수정되는지, 아니면 본능 그 자체는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당신을 자문하게 될 것입니다.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본능이란 스르로를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당신이 이미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할 수는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건 기술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테크닉은 변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회화의 기법에 관한 일종의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그림에 관해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무엇이 그림을 만드는가에 관해서라면, 그건 늘 똑같은 이야기인데, 즉 그림의 주체,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라면 당신은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아마도 나의 방식대로, 절망적으로, 나는 나의 본능을 좇아 여기저기를 다닌다는 정도일 것입니다. (118)
7.
당신은 당신의 작업을 설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합니까?
회화에 관해서든, 혹은 시처럼 다른 예술 분야에 관해서든 설명이란 내게 불필요해 보입니다. 나는 한 편의 시를 혹은 한 장의 그림을 설명하는 게 가능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피카소는 그림에 대해서 매우 훌륭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그것에 관해 온갖 종류의 지적인 언급들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설명하는 데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설명이란 필연적으로 부족해 보입니다. 어쨌든 나 자신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내가 전혀 이해 못하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구요. 음악을 예로 들어봅시다. 그건 우리들이 종종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지요. 글쎄, 그런데 나는 음악을 이해하지못합니다. 비록 그것이 내게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설명의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종종 설명을 요구한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만일 사람들이 설명을 원한다면, 그것을 제공해줄 다른 사람들을 찾는 일은 언제나 가능합니다만, 그런데 그게 내겐 좀 이상해 보입니다.(잔인한 손 119)
8.
당신은 비평이 어떤 작품에 접근하는 데 도움을 제공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즉 비평이 교훈적인 긴으르 갖고 있어서 대중에게 일종의 안내문을 제공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 창조적인 가정을 고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니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효과적인 비평이란 당신 자신일 뿐입니다. 즉 당신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당신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신 자신입니다. 그런데 그 두개의 자아가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작업 중에 작동한느 비평적 감각이란 가능한 한 최상의 마지막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 캔버스 위에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당신이 어디로 갈 수 있는지, 무엇이 가능한지를 발견하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이 나중에 내 그림을 볼 사람들에게 반드시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그것이 설명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게 좀더 흥미로워 보이는 것은 회화의 역사라든가 혹은 일반적으로 예술의 역사입니다. 무엇이 어떤 특정한 화가를 만들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가 어디 출신이지를 살펴보고, 누가 그리고 무엇이 그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는지, 예술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실천해왔던 사람들의 긴 사슬에 그가 어찌어찌하여 무언가를, 그게 거의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보태었는지를 알아내는 것. 네, 그렇게 함으로써 회화나 음악의 역사에 대해 조금 아는 것이 아마도 유용할 것입니다.(121)
9.
특정 예술가의 작품을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인가요?
네, 바로 그겁니다. 나는 모든 예술가들이 주변 상황에 적응하고, 그만의 독특한 유산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그가 속한 시대의 어느 한 시점에 놓여 있다고 확신합니다. 마치 그가 똑같은 못을 끊임없이 두드리기 위해 그의 모든 솜씨를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그건 다른 이야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무엇인가 하면, 비록 화가들이 어디 출신인지를 안다손 치더라도, 무엇이 한 작품을 실패로 그리고 다른 작품을 성공으로 이끄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나는 우리가 이미 그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그처럼 많은 글들이 씌어진 특정 작품들이 어떻게 해서 살아남았는지 조자 이해하지 못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을 보고 시를 읽거나, 혹은 음악을 듣는 일입니다. 그것을 이해하거나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서 말입니다. (122)
[나의 경우는 이해하고 알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쓴 것 같다. 아마도 내 성격이다. 분명한 것은 이해되지 않지만 매혹되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 덕택에 무언가를 느끼는데 몇배로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10.
만일 내가 당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회화에서 혹은 다른 예술에서 중요한 일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뜻인가요?
그게 적절한 표현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그건 아마도 당신이 움엇을보거나 혹은 들은 뒤에 따르게 마련인 어떤 것일 겁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심지어 당신이 그걸 깨닫지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 연극의 오래된 이론이지요. 즉 대중은 격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고 따라서 그들의 열정들을 정화시키게 됩니다. 물론 오늘날 사람들이 전시회를 구경하거나 연주의를 들으러 갈 때 사정은 다릅니다.
만일 한 작품 앞에서 어떤 사람이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면, 아마도 당신은 그 예술가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정작 그는 자신의 작품에 만족해 하지 않는데도 그것을 보거나 듣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어떤 것을 예술가는 만들어낼 수도 있으므로 사정은 매우 복잡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정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진실입니다. 창조력에 관한 한 감정을 체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나는 확신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예술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는 않을 겁니다.(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