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일 뿐[나는 空하다]
1.
나는 허영, 피상성, 질투, 확실성의 유혹들이, 당신이 더 잘 알려지고 갑자기 다른 사람들의 칭송을 받게 될 때 직접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아부하는 속성들의 목록을 믿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누군가로 간주되는 것은 사로잡힘의 한 형태입니다. 더욱이 다른 사람들이 뭐라뭐라하는 속성들을 자신의 뛰어난 자질들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은 내가 볼 때 맹목적으로 보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내 안에서 보는 것 - 그것은 결코 내 자신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코 내 자신의 인성이 아닙니다.(있음에서 함으로 314)
2.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를 잘생겼다고 간주한다면 잘생김은 나의 속성일까. 잘생겼다는 것은 그가 보기에 그런 것이지 객관적인 것도 변치않는 사실도 아니다. 잘생김은 내 자신의 속성이 아니라 그렇게 보는 사람의 문제이다. 나는 그냥 나일 뿐이며 누군가가 잘생겼다고 하여 이를 나로 동일시 하는 건 큰 착각이다. 이 착각을 통해 낭패를 본다. 인기가 그렇다.
3.
연예인은 인기가 떨어지면 완전히 초라해집니다. 인기를 자기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래요. 좀 직설적으로 얘기해서, 좋다고 몰리는 사람들을 볼 때 ‘저 인간들이 미쳐서 저럴 뿐이다’ 이렇게 생각해서 인기를 나로 삼지 않아야 합니다.
‘인기가 올라가면 올라가는 거고, 내려가면 내려가는 거다. 그건 그들의 문제다.’
이렇게 봐야 내가 한 사람으로서 온전하게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이건 자기가 얼마나 자기를 아끼고 보호하느냐 하는 문제지, 금욕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예요. 질문자는 질문자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고 싶어도 그 대가로 손해가 날 것 같으면 안 해야 합니다.(즉문즉설)
4.
당신은 방금 사람들이 왜 당신의 작품을 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당신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당신에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그것이 당신에게 상관이 있습니까. 혹은 없습니까?
사람들이 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들의 문제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립니다. (화가의 잔인한 손 66)
5. 일체개공과 일체유심조가 둘이면서 하나.
인과 연이 짝을 이뤄 작용하듯이
공과 유심조 역시 한 몸을 이룬다.
나는 연이면서 인이며 상대도 인이면서 연이다.
나는 공이며 동시에 유심조의 작용을 한다.
상대도 공이며 동시에 유심조의 작용을 한다.
너의 마음과 나의 공이 만니고
나의 마음이 너의 공과 만나고...
나의 공함을 보는 동시에 너의 유심조를 보고,
나의 유심조를 보는 동시에 너의 공함을 보고...
모두가 공이면서 모든 게 유심조인,
색즉시공 공즉시색.
6.
나를 두고, '무아'다 할때, 무아는 실체가 없는데 작용은 있는 인식이다. 나를 두고, 실체가 없다는 측면에서 나는 공이며 동시에 작용은 있다는 점[을 내가 안다는 점]에서 유심조이다. 나를 무엇과 동일시하고 나아가 그것에 집착하는 것은 실체는 없는데 작용은 있음에 대한 무지, 전도몽상에서 비롯된 바보 같은 짓이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대로 괴로움을 만든다.
내가 너를 무엇으로 보는 것은 나의 작용이다. 상대 역시 나를 무엇으로 보는 것은 상대의 작용이다. 작용에 대해선 모두 마음이 짓는 것이고 그 자체는 그냥 그것일 뿐 실체가 없다, 공하다. 이러하기 때문에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고집하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집착하지 않기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공하다,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