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실재표상과 환상처럼보기

T1000.0 2021. 4. 6. 23:44

1.

도대체 그게 맞는 말입니까? 현실세계와 지각된 세계간의 상호결합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색을 지각하는 문제로 되돌아가 보더라도 붉은색이라는 것이 대상의 속성이 아니라 관찰자의 눈에 생기는 인상임은 당연히 맞긴 하지만 의식에게 빨간색이 하나의 색으로 다가오는데 이유가 되는 객체 자체의 특수한 구조가 역시 있어야 한다는 것도 맞지 않습니까?

저는 오히려 거꾸로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붉은 것으로 나타나는 어떤 대상이 있다고요. 그러면 이러한 색에 대한 인상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 되지요. 어떤 가정이 여기서 발견됩니까? 빨갛게 칠해진 대상이 바깥 세상에 존재한다고, 그리고 저의 지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다름 아니라 붉게 칠해졌다는 사실이라고 저에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거꾸로 물어 봅니다. 우리는 그 객체가 빨갛다는 것을 어떻게 아냐고요. 그러면 사람들은 대답합니다. "글쎄, 명백하잖아요? 우리가 보잖아요?"라고. 이게 뭐를 의미하냐 하면요, 사람들은 자기가 보는 것으로부터 밖에 있어야 하는 것을 추론해냅니다. (실재표상이란) 그야말로 사유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인 것이지요.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29)

T.

실재표상이 사유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이라함은 실재표상이란 생각에 의존한다는 것. 붉은색 대상을 실재표상한다는 건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이라는 것 그런데 그 형상이 없는 것도 아니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몸 형상으로 여래를 볼 수 없다. 저기 저 여래의 몸 형상은 독립된 실재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 독립된 실재로 보이는 이 상이 허망한 것이다. 따라서 독립된 실재로 보이는 저 몸 형상은 몸 형상이 아니고 그 이름이 몸 형상이다." 즉 그야말로 사유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인 것이다.

실재표상을 보면서 그 상에서 상 아님을 보는 것. 즉 사유에 의해 만들어진 표상을 보고 있다는 앎. 표상에서 표상 아님을 보는 방법, 환상처럼 본다.

형상을 독립된 실체로 본다는 건, 이말인즉 사유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을 독립된 실체로 보는 전도몽상인 실재표상. 이런 맥락에서 "저 몸 형상은 몸 형상이 아니고 그 이름이 형상이다." - 환상처럼 보기

2.

그러면 지각의 과정은 어떻게 서술되고, 인식은 무엇인가요?


인식은 신경체계 안에서 다양한 느낌들 간의 결합이 생겨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자면, 여기 뭔가가 있어서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발이 여섯 개이며 날개도 갖고 있으며 또 웅웅거리는 소음을 만들어 냅니다. 사람을 쏘기도 하고 그래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걸 뭐라고 부를까요?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느낌, 지각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쏘였을 때의 통증, 눈으로 본 느낌, 들리는 소리 등을 연관 지어서 다른 사람에게 말벌에 쏘였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기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쏘여서 아팠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어서, 비록 자신은 여태껏 그냥 벌에게 쏘인 적 밖에는 없지만 말벌에 쏘였다는 말을 듣고 뭔가를 떠 올릴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실재표상이 생겨나고 그래서 우리는 외부에 실재하는 뭔가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22)

3.

왜 그렇습니까? 뭐가 유아론적입니까? 당신은 저와 마주앉아 있고 우리는 서로 대화를 하고 있으며 우리는 심지어 악수를 하기도 합니다. 이것들은 결코 환상이 아니며 결코 가공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외적 실재를 받아들인다는 말이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내 목소리를 듣고 나와 악수하고 그리고 여러 가지 느낌들의 지속적인 상호연관을 통해서 당신은 하인츠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인츠 폰 푀르스터에 대해서 그리고 베른하르트 푀르크센에 대해서 말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실재라고 표현하는 어떤 연결고리를 발명해 냅니다. 유아론자들은 그들이 홀로 있음을, 그리고 완전히 고립되어 있음을 주장하고 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른 어떤 것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발명품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