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공기계연구소

연애와 자기대면

T1000.0 2019. 12. 15. 06:43

1.

이건 다른 말로 독립된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기도 해.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내며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된 인격체가 어른인 건데. 그 독립으로 가는 여러 경험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연애라는 점도 부가적으로 언급해 두고 싶네.(웃음) 연애를 하기 전에는 모든 사람이 자기가 훌륭한 사람인 줄 알거든.(웃음) 자기 실체와 마주하는 데 연애만 한 게 없거든.

연애는 내가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가장 뜻대로 안 되는 상대와 만나는 거거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통해 자기가 누군지가 드러나지. 그걸 받아들이느냐 못 받아들이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하이와 로를 경험하고 바닥과 경계를 확인하게 되지. 그 경계를 이어 붙이면 바로 자신의 실체지.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자기가 아니라, 실제 있는 그대로의 자기과 만나는 거지. 자기 대면이지. 그렇게 더 이상 자기기만을 할 수 없는 임계를 지나야 사람은 비로소 성장하지. 합리화로 극복할 수 없는 임계점. 결혼도 그런 관점에선 중요한 경험이지. 이혼은 더욱더 중요한 경험이고.(웃음) 결혼은 가짜고, 이혼은 진짜거든.(웃음) 결혼은 수만 가지 이유로 하지만 이혼은 오로지 혼자하는 결정이거든.
연애와 결혼은 단편적인 예일 뿐이고. 우리가 겪는 무수한 일상과 삶의 갈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자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 그건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이지 받아들이고 하나의 독립적 인격체가 되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절차지.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고 나서야 자신만의 균형 감각을 획득하는 거다. 내가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 삶의 균형 감각. 이런 말 하면 사람이 꼭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반론할 수 있어. 아니다, 겪어도 모를 순 있다.(웃음) 하지만 겪지 않은 건 아는 게 아니라 아는 척이다. (닥치고 정치 268)

2.

사람들은,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자기와 실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감각적으로 구분한다. 물론 사람들은 후자를 통해 내가 누군지 판단한다. "아아, 그는 자기의 정체성을 내가 누구다라고 '말하고 싶어'하는구나." (덕분에 그의 정체성이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인 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는 이를 모른다. 우리는 늘 남들과 대면하지만 자기가 자기를 대면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 연애가 자기대면의 경험인 것은 상대가 내가 생각하는 정체성과 있는 그대로의 '나' 중에, 진짜 너는 후자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연애가 자기를 대면하게 되는 중요한 경험이라면, 연애경험은 빠를 수록 좋다.^^ 어쩌면 연애경험이 많을수록 매력적인 이유도 그 겝이 충분히 좁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현명한 여자들이 말없는 남자를 좋아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연애 이외 자기 꼬라지를 볼 수 있는 체험 중엔 여행이 있다.(T1000.0)

'공기계연구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기에 관하여  (0) 2020.02.07
공기계연구회 로고  (0) 2019.12.14
인연과보 : 닥치고 정치  (0) 2019.12.13
타고난 기질 : 닥치고 정치  (0) 2019.12.13
섭동과 간섭  (0) 2019.12.11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