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성경에 씌어 있듯이 아담과 이브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는 바람에 다른 존재로 바뀌어버렸고 다시는 처음의 무죄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타락'하기에 앞서 그들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는가는 벌거벗은 몸을 통해 나타난다. 벌거벗고 돌아다닌 그들은 그냥 안다고 하는 무죄상태에 있었다. '타락'한 뒤 그들은 자기들이 벗었음을 알았다. 곧 그들은 자신들이 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들의 앎을 깨달았다. 1.앎의 앎은 확실성의 유혹에 대해 늘 깨어 있도록 우리를 얽어맨다. 또한 우리가 가진 확실성이 진리의 증거가 아님을, 누구나 다 아는 이 세계는 오직 한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타인과 함께 산출한 어느 한 세계임을 깨닫도록 우리를 얽어맨다. 그것은 우리가 다르게 살 때만 이 세계가 변할 것이라는 ..
1.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정의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상응이론적 관점에서 정의를 하건 정합론적 관점에 됐건 뭐가 됐건 진짜 제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게 되면 진리라는 개념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늘 다른 색깔을 띠게 되는 철학사적 카멜레온이라 볼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에게 있어서 그 단어는 얼룩무늬를, 칸트에게는 선을, 쇼펜하우에에게는 점박이 무늬를 띄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어떤 상당히 어려운 정의를 갖고 출발하는 것은 대화의 진전을 위해서 좋은 출발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제 목표는 오히려 진리개념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리개념의 사용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그 개념은 거짓말을..
이런 종류의 실험들은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이것들은 우리의 경험이 우리의 구조와 뗄 수 없게 얽혀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세계의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야를 체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색깔'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색채공간을 체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한 세계 안에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세계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세계가 우리에게 어떻게 나타나는가라는 문제는 우리의 생물학적, 사회적 행위의 역사와 떼놓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도 뚜렷하고 당연해서 오히려 깨닫기가 매우 어렵다. (앎의 나무 30) T. 말해지는 모든 것은 관찰자에 의해 말해지는 것이다. 이 말은 너무나도 뚜렷하고 당연해..
어느 날 브라만이 자기 신도를 빼앗아갔다며 부처님께 욕설을 퍼부었어요. 부처님께서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계시니까, 그 브라만은 자기가 이겼다며 큰소리를 쳤어요. 그러자 부처님께서 브라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둔한 자는 욕과 비방을 늘어놓고서 자기가 이겼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는 올바른 인내를 아는 이의 것이다. 성내는 자에게 되받아 성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을 알아야 한다. 상대의 감정에 말려드니 상대에게 진 것이고, 자기 분을 못 이기니 자기 자신에게도 진 것이다. 결국 이중으로 패배한 셈이다." 부처님께서 브라만이 하는 소리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계셨던 것은 그 사람이 하는 얘기가 옳다고 여겨서가 아니에요. 브라만이 살아온 배경이나 지금의 처지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더 나아가..
1.사실 나도 별거 아니고, 남도 별거 아니에요. 상대방이 내 기준에 맞지 않아서 실망스럽다면 그건 상대방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눈높이 때문이에요.그러니 이제 그만 허위의식의 감옥에서 벗어나세요. 자꾸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며 각오하고 다짐할 게 아니라 후회하는 나, 질책하는 나가 사실은 허위의식에서 비롯됨을 알아차리는 게 그 시작입니다. (행복 34) 2. 타인에 대한 평가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별 기대 없이 강연장에 왔다가 제 얘기를 듣고는 "오, 괜찮네" 이렇게 말해요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제 능력을 50쯤 생각하고 왔는데, 들어보니 100쯤 되니까 '오, 이 사람 굉장하다" 이렇게 느끼는 겁니다.반면 누군가에게서 "저 스..
1. 근원적인 모름 우리 감각이 원래 그대로의 실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요? 그래요.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자극을 받은 우리의 감각이 우리 앞에 펼쳐내 보이는 것뿐입니다.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22) 2. 원인을 모름 이것은 물론 의식이 환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본성은, 결과들을 받아들이되 그 원인들을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우리의 신체에 만을, 우리의 영혼에 만을, 즉 우리 신체에 미친 한 신체의 결과, 우리 영혼에 미친 한 관념의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그러한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다.(스피노자의 철학 34) 3. 근원적인 모름을 대체하는 전도몽상. 어떻게 평온한 의식이 불안을 가지게 될까? 어떻게 아담은 자신을 행복하고 완전하..
마뚜라나 하인쯔 폰 푀르스테르는 체계들에 대해 대단히 깊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것들의 모체를 알고 있고, 이 모체에 의해 덮이지 않는 틈들과 빈 공간들을 발견합니다. 이 틈들 속에서 그는 완전한 자유와 더할 나위 없는 자기믿음을 가지고 움직이며, (꼭 그래야 한다면) 자기 자신을 보이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몇몇 일들이 마무리하기 위해 그와 함께 마을로 내려가서 주차 공간을 찾던 때가 기억나는 군요. 하인쯔 폰 푀르스테르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경찰서 앞에다 차를 주차했습니다. "특별히 허가된 차량만 주차 가능함." 그가 매우 자신만만하게 차에서 내리자, 나는 그에게 주차하기 위해 왜 딱히 이 장소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가 진짜 특별한 허가를 얻었는지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