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명이란 어떤 현상을 관찰한 뒤 설명의 타당성에 대해 같은 기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만한 개념체계를 이용해 그 관찰된 현상을 새로 규정하거나 만들어내는 명제다. 과학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설명가치를 지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컨대 마술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설명가치를 지닌다. 과학적 설명과 마술적 설명의 차이는 두 설명체계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이 곧 타당성기준이다. 2. 과학적 설명을내놓을 때 반드시 충족해야 할 본질적인 네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때 설명이 반드시 아래 순서대로 전개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동시에 전개될 수도 있다. 1) 설명할 현상(들)을 관찰자공동체가 받아들일 만한 방식으로 기술하기. 2) 설명할 현상을 관..
일체유심조. 모든 게 마음이 짓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업식, 구조적 결정론. 1 독자들은 마치 '사실'이나 물체가 저기 바깥에 있어서 그것을 그냥 가져다 머리에 넣으면 되는 것처럼 인식현상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늘 새겨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말하려는 모든 것의 근본이다. 어떤 물체가 '저기 바깥에'있다는 경험은 인간의 구조에 의해 특수한 방식으로 형성된다. 이런 뜻에서 인간의 구조는 기술(서술Beschreibung)활동을 통해서 생겨나는 '물체'의 가능조건이다. [저는 오히려 거꾸로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붉은 것으로 나타나는 어떤 대상이 있다고요. 그러면 이러한 색에 대한 인상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 되지요. 어떤 가정이 여기서 발견됩니..
우리는 이미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과 활동에 관련된 과정들이 인식 활동의 기초를 이룬다는 사실을 보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바로 이 과정들을 사용해 인식활동을 연구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행위와 경험은 (이런저런 장소들, 아이들, 핵전쟁 같은) 온갖 규칙적인 것들로 가득 찬 이 세계와 뗄 수 없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우리가 시도할 수 있고 또 독자들이 자신의 특별한 과제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존재와 행위와 인식이 언제나 함께 얽혀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내는 일이다. 우리는 일상의 태도를 떨쳐버려야 한다. 마치 확실성을 보장하는 도장이 우리의 경험에 찍혀있기라도 한 것처럼, 마치 우리의 경험이 어떤 절대적인 세계를 반영하기라도 하는..
우리가 '언어적 영역'이란 개념을 ('인지활동'이란 개념과 비슷하게) 제멋대로 고르지 않았음을 알기 바란다. 이 개념을 통해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인간의 언어행동도 사실상 (집단적인 공동개체발생을 통해 생기고 유지되는) 상호 개체발생적 구조접속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만약 낱말들이 세상의 사물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관찰자의 기술은 낱말들이 개체발생적 구조접속을 통해 확립된 행동조정이라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런 기술은 신경계가 어떤 독립한 세계에 대한 표상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는 우리 생각과 모순된다. 이와 달리 타고난 의사소통적 행동은 (그것의 안정은 그것이 일어나는 사회적 체계의 문화적 안정이 아니라 종들의 유전적 안정에 달렸다) 언어적 영역을..
사회적 환경이 지닌 의사소통적 역동성의 틀 안에서 개체발생적으로 생기고 여러 세대에 걸쳐 안정되게 남아 있는 행동방식을 가리켜 우리는 문화적 행동이라 부른다. 이렇게 부른다고 놀랄 것은 없다. 이것은 한 집단의 역사가 개체들의 특수한 역사를 뛰어넘어 어느 정도 연속성을 갖도록 해주는, 개체발생적으로 생긴 의사소통적 상호작용 모두를 통틀어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은ㄹ 하는 것은 집단 안에서 개체들이 어던 행동을 흉내 내고 또 행동이 (그것의 작업적 효과가 되풀이하여 확인됨으로써) 지속적으로 선택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린 것들과 다 자란 것들 사이에 접속이 생긴다. 그럼으로써 특정 개체발생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인간영역에서 나타난 것을 가리켜 사람들은 문화적 현상이라 부른다. 따라..
우리가 이해하기에 사회적 현상이란 3차 등급의 접속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사회적 체계란 그렇게 생겨난 3차 등급의 개체다. 이 부류의 개체들이 실현된 형태는 곤충에서 유제동물이나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크게 다르다. 하지만 3차 등급의 접속과 함께 생겨난 개체들이 일시적인 것이든 아니든 그것들 모두에게 공통된 점은 독특한 한 현상계가 함께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현상계는 본질적으로 유기체들이 3차 등급의 개체를 이루면서 산출하는 공동개체발생적 그물체 안에서 유기체들 각자의 개체발생이 실현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 그물의 산출기제, 이 그물을 이루는 개체들이 응집성을 유지하는 기제는 경우마다 다르다. 사회적 체계가 생겼다는 것은 구성원들 사이에 지속적이 구조접속이, 곧 공동개체발..
그런데 세포 종류마다 자기생성이 오직 특정 부류의 규칙적이고 재귀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실현되고 그 밖의 것과는 상관없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세포 종들이 지나온 역사인 계통발생을 살펴보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한 세포의 구조접속이 띠는 현재 모습은 그 세포 종이 계통발생을 통해 겪어온 구조변천 역사의 현재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현재 상태는 그 종의 '자연표류'가 지나고 있는 한 순간이며, 각 세포는 환경과 맺은 구조접속을 줄곧 보존하는 가운데 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앞에 예로 든 막은 세포의 자연표류가 다다른 현재 상태에서 나트륨이온과 칼슘이온만 받아들이는 식으로 작업하게 된 것이다. 2. 세포가 살아 있기 위한 전제조건인 세포와 환경의 구조접속에는 모든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