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화, 풍자, 유추, 이야기 등을 생각해 보세요. 이것들은 암덩어리와 같이 도처에 잠입한 인과론적 사유에 의해 유감스럽게도 추방된 설명원리들입니다. 예수도 자신의 말에 강조와 권위를 부여함에 있어서 인과성에 대해서 말한 적 없습니다. 그는 시각적인 표현들로 말했고 바늘귀를 통과하지 못하는 낙타와 부자들 간의 어떤 인과적 관계도 구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츄와 우화 그리고 이야기들을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를 이해했습니다. 문제는 자신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다른 형식과 가능성을 사라지게 만드는 인과론적 사유의 사회적 주입력 및 권력입니다. 사람들은 오늘날 원인과 결과의 결합을 무조건적으로 믿습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관계들에 대한 끔찍하게도 단순한 표상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모..
수덕사의 회암 스님께 어느 기자가 질문했습니다. "큰스님, 극락이 있습니까?" 그러자 큰스님께서 빙긋이 웃으시더니 답하셨어요. "사립문 밖 한길이 장안을 향했도다." 극락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본 데에는 죽어서 좋은 데 가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사립문 밖, 자기 집에서 대문을 열고 바로 나가면 한 길이 있는데 그 길이 장안, 다시 말해 서울로 통한다고 했어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큰스님의 답변은 극락이 있니 없니 어떻게 가느니 하는 논의가 필요 없다는 뜻이겠지요. 바로 지그 여기서 내가 어떤 마음을 일으키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굳이 서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 이것을 선에서는 조고각하, '지금 네 발밑을..
1. 의식은 결과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물들의 질서를 전도시킴으로써 자신의 무지를 메운다. (목적인이라는 환상) 의식은, 한 신체가 우리 신체에 미친 결과를 외부 신체의 작용의 목적인으로 만든다. 이제 의식은 자신을 제1원인으로 간주하게 되고, 신체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내세운다.(자유명령이라는 환상) 의식이 자신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제1원인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의식은, 지성과 의지를 갖고 있는 신, 목적인과 자유 명령에 의해 행위하며, 영예와 처벌에 따르는 세계를 인간에게 마련해 놓은 신을 내세운다.(신학적 환영) 의식은 환상들로 형성된다고 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의식은 자신을 구성하는 삼중의 환상, 즉 목적인의 환상, 자유의 환상, 신학적 환상과 분리 불가능하다. 의식은 두 눈..
마술은 늘 대화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이때 관객들의 기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저 역시 제가 파리의 바리에떼를 방문했을 때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크레이지 호스라는 무대였는데 저는 거기서 제가 그때까지 만난 중에 최고의 마술사를 보았습니다. 그는 관객들 앞에 나와서는 무대 위에 두 개의 조그마한 원기둥을 놓았습니다. 하나는 아무 것도 없는 것, 다른 하나에는 꽃 몇송이가 든 화분이 위에 놓여 있었지요. 그 다음 그는 각각의 원기둥에 통을 씌워서 관객들이 꽃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질지 추측했지요. 꽃이 다른 쪽 원기둥 위로 옮겨지는 마술이 행해질 거라고 말이죠. 그렇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요. 마술사는 주문을 건 ..
당신이 실재를, 그러니까 지각의 총체를 구성물로 파악하도록 만든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어린 아이였던 저에게 이미 마술의 본질이란 이중바닥이나 거울 속임수 같은 트릭으로 작업하는데 있지 않다는 점이 분명했습니다. 마술이란 오히려 마술사가 관중과 함께 하나의 놀라운 세계를 발명해내는데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술사는 어떻게 그런 놀라운 세계가 생겨나는지를 아는 사람인 것이지요. 그런 생각은 마술을 어떻게 하는지를 몰라서 설명을 찾는 사람의 생각입니다. 이미 몇몇 단어들이 저를 당혹스럽게 하는데요. 왜 사람들은 '트릭(속임수)', 착각이다'라고 함으로써 뭔가를 경멸조로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조금 전에 사용한 말은 (트릭, 착각, 실재, 비실재 등) 이미 실재론적 전제들에 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