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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문이 퍼진 경위를 대략 상상해보았다. 아마도 어설프게 나와 그녀를 목격한 몇몇 급우들의 증언이 그녀가 있는 곳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는 정보로 변화되었고, 나를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는 자들이 그 정보를 듣고 악의적으로 '스토커'라고 말한 것이 마치 사실처럼 퍼져 나갔다...... 내 상상력으로는 그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지만 아마도 맞을 것이다.
설령 그런 스토리가 있었다고 쳐도 너무 지나친 사실무근의 소문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뭐가 특히 어이가 없었는가 하면, 우리 반 대부분의 아이들이 내 쪽을 쳐다보며 스토커라느니 조심해야 한다느니 숙덕거리면서 그 소문을 굳게 믿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나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 어째서 그들은 다수파의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어버리는가. 아마 그들은 서른 명쯤만 모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들에게 정당성이 있다고 믿기만 하면 어떤 악한 짓이라도 서슴없이 저지르지 않을까. 그것이 인간성이 아니라 기계적인 시스템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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