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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것일 뿐-되기.
산은 산이 되고 물은 물이 되기.
나의 나-되기.

1.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미적인 유혹과 관련해서 나에게 남겨진 유일한 일은 그저, 완전히 그리고 전적으로 나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말하고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있는 것 사이의 어떠한 불일치도 용납하지 않는 것입니다. 설득하고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생산하고 명확하게 하는 체험들을 낳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나와 알고 지내게 되는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 앞에서 보게 되는 것을 그들이 받아들이길 원하는지를 스스로 혼자 힘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오직 말해지는 것과 행해지는 것 사이의 불일치가 없을 때에만, 핑계도 없고 압력도 없을 때에만, 미적인 유혹은 펼쳐질 수 있습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83)

2.
주변 환경과 리좀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생명력은 이런 상황에서는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신경 써서 잘라내고 솎아주고 가꾸기 때문에 리좀적인 생명력이 오히려 약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질문 속에 있다. '왜 잘 다듬어주고 정성껏 돌봐주는 데 제대로 못 사는 걸까?'가 아니라, 정성을 다해 돌봐주기 때문에 제대로 못 사는 것이다. 생명은 아무리 외부에 장애물이 있더라도 어떻게 그것을 겪어내고 이겨낼지 스스로 방법을 찾아낸다. 무엇보다 생명은 리좀적이어서 무수히 다양한 방향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쪽이 막힌다면 기꺼이 또 다른 방향을 찾아간다. 주변의 힘들을 빌리기도 하고, 다른 생명 안으로 들어가서 온전히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기도 한다.
생명은 그대로 두면 리좀적 생명력을 발휘해서 잘 살아가지만,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방해받으면 생명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풀들은 볼품이 없고 먹을 수도 없고 어디 쓰임새가 없다. 하지만 그 스스로의 생명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센 놈들이다. 누구에게 예쁘게 보인다거나 먹을거리가 되어 주는 것 혹은 어딘가에 쓰인다는 것은 모두 타인을 위한 것이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구를 위한 존재가 되기 위해, 잘 쓰이기 위해, 가꾸고 다듬고 억지로 만드느라 생명력을 소진할 것인가? 생명 그 자체로 존재하며 자신의 생명력을 더 확장할 것인가? 무언가를 위한 존재는 생명력이 소실될 수밖에 없다. 존재는 존재 그 자체일 때 최대의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다. (김연실, 들뢰즈와 산책하다 70~71)

3.
그렇다면 오늘날 무엇이 예술가를 만드는 것일까요?

아, 무수히 많지요. 내가 생각하기에 우선 예술가는 자신의 주제와 완전히 일치해야 합니다. 그 주제가 온전히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주제가 당신 안에 거주하고 당신을 내면적으로 괴롭히지 않으면, 장식적인 것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당신은 수많은 책이나 당신 주변에서 주제를 발견하거나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설사 이집트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모든 역사를 알더라도 말입니다. 때로는, 곧잘,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내 경우에는, 나를 강렬하게 자극하는 그 어떤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늘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50)



T.
무위無爲. 무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춤추기가 춤추기의 목적이다. 무위는 리좀이며, 생명력 그 자체이다.
태양은 달리 목적이 없다.
태양은 자신의 생명력을 불태울 뿐이다.
그래서 태양은 태양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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