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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연기자

1. 그러자 당신은 실제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림을 그릴 기분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뷰할 만한 기분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기분이 점차 나아집니다. 갑자기 나를 사로잡는 특정한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그 이미지를 정말로 그리고 싶어집니다. 그런 흥분과 가능성은 작업 과정 속에 있고 작업하는 동안에만 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73)

2. 아닙니다. 나는 사람들이 영감이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성공의 연속이라 불리는 일들이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작업을 시작하고 일이 제대로 진행될 때면 그 흐름에 휩쓸려 갈 수 있을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들이 영감이라는 말을 통해 의미하는 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무언가를 시작하라는 내부의 압력일까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요. (73)

3. 요즘도 그림을 그리지 않는 긴 휴식기를 갖곤 합니꺄?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과거에는 그런 경향이 었었습니다.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꾸준히 작업을 합니다. 하고 싶은 작업이 너무 많고 그 모두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과거에는 서너 달 동안 열심히 작업을 하고 난 뒤에 몇 주간의 휴식을 필요로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휴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것은 그저 생각일 따름입니다. 다시 말해 나는 휴일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전에는 휴식을 취하곤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관계를 맺던 시기였습니다. 이제는 사람들과 그런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는 것이 당신의 정서적인 생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까?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나의 정서적인 생활이 그림에 방해가 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모든 일을 병행해 나가는 화가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요, 운이 좋은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당신은 아니라는 건가요?

운이 아주 좋은 경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77)

4.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잠시 앉기도 하지만 대개는 전적으로 긴장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이 내가 평생 고협압을 앓는 이유 중 하나죠. 사람들은 긴장을 풀라고 말합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나는 근육의 긴장을 풀고 모든 것을 이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체 어덯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내가 이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니까요. 딱 한 번...... 아주 어렸을 때 극심한 천식을 앓아 모르핀 주사를 맞곤 했습니다. 아주 신기하게도 그때 모르핀이 주는 이완을 경험했습닏. 병원은 중독의 위험 때문에 충분한 양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늘 그 일을 떠올립니다.

술이 긴장을 풀어 주지는 않습니까?

술이 나를 수다스럽게 만들기는 하지만 긴장을 풀어 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술은 말이 많아지게 합니다. (78)

5. 당신의 말처럼 당신이 그토록 긴장한다면 어떻게 우연에 대한 수요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모를 겁니다. 작업 중에 경험하는 절망이 어떻게 나로 하여금 물감을 집어 들고 삽화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든 시도하게 만드는지를요. 이미지의 의도저깅ㄴ 표현을 깨뜨리기 위해 나는 헝겊으로 작품 곳곳을 닦아 내거나 붓을 사용하거나 뭐든 손에 들고 문질러 대거나 테러빈유나 물감을 작품에 던집니다. 그러면 이미지는 자발적으로 나의 구조가 아닌 자체적인 구조 안에서 발전하게 됩니다. 그 뒤에 내가 원하는 바에 대한 감각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캔버스에 남겨진 우연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것들로부터 의도적인 이미지의 경우보다 한층 더 유기적인 이미지가 나타납니다.

결정적인 때에는 아주 미친 듯이 작업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완은 핵심적인 감각이 작동하기 시작한 다음에 오겠군요?

확실히 자신의 감각 안에 있는 이미지, 즉 정신적인 이미지와는 무관한 자신의 존재 구조 안에 자리 잡은 감각적인 이미지가 우연을 통해 형성되기 시작할 때 긴장을 더 내려놓게 됩니다. 그다음에 비판적인 측면이 작동하고 우연히 유기적으로 주어진 그 기초 위에서 이미지를 구성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다른 이미지보다 그 이미지가 보다 유기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그 이미지에 감각이 달라붙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풀을 그린 이 그림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풍경을 틀 안에 넣고자 해고, 이 작품이 풍경이면서 풍경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푸을 조금씩 제거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사각형으로 둘러싸인 좁은 면적의 풀만이 남았습니다. 사실 이것은 절망감에서 풍경으로 간주되는 겉모습을 도려 냄으로써 생겨났습니다. 나는 그것이 풍경처럼 보이지 않는 풍경화이기를 바랐습니다. 과연 그 시도가 성공했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기에 이 풍경화, 이 풀 그림은 특별한 동물적 에너지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당신이 바라는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런 측면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측면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당신의 목표였습니까?

아닙니다.

그것이 작품에 존재하다면 그건 당신이 무언가를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81)

6. 이 작품은 특정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나는 풀을 찍은 멋진 사진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사진은 찢어져서 어느 정도 작품 속 풀밭의 형태르 이루고 있었죠. 그러다 내가 작업하는 어수선한 환경 속에서 마구 짓밟혔고, 내가 그것을 잡아당기자 갈가리 떨어져 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작품 속 형태와 같은 조각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대략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었습니까, 아니면 서서히 진행되었습니까?

나는 이 작품을 보내 버린 다음에 도로 작업실로 가져와서 좀 더 그렸습니다. 처음에 배경은 엷은 황갈색, 즉 캔버스의 색깔이었는데 보다 인위적인 색으로 바꾸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아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아주 강렬한 코발트블루로 감샀습니다. 나는 이 색이 한층 더 완벽하게 인위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작품에서 자연주의를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강렬한 파란색을 원했던 것입니다.

7.
추상화가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까?

네, 그렇지만 구상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지는 존재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형상을 만들 것인가'입니다. 즉 어떻게 형상을 실제적으로 보이게끔 만들 것인지, 어떻게 그것에 대해 느끼는 방식에 보다 실제적이게끔, 본능에 보다 실제적이게끔 만들 것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87)

8.당신은 구상화가에게 있어 문제는 오직 형상을 실제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화가가 자신을 시도하고 만들고 싶어 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나의 경우에 이미지가 전혀 부족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나는 수천 개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지는 문제가 되지 않죠. 나는 그것이 왜 화가, 즉 진정한 화가에게 문제가 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진정한 화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늘날 미술가가 직면한 많은 문제와 미술에서 느끼는 무기력증의 원인은 실상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인상주의자나 폴 세잔의 경우 그들이 무성르 그려야 할지 모르는 문제를 단 한순간이라도 겪었다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앙리 마티스에게서는 때때로 느끼지만 피카소로부터는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나는 피카소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이미지가 부족했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마치 룰받기라도 한 듯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점에서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로 나 자신을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물감의 아름다움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물감의 불가사의는 어떻습니까?

이미지를 물감의 불가사의 안에서 만들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을 것입니다. (91)

9. 나는 그 이미지들이 풍경화의 본질과 물의 본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바입니다.

동일한 방햐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 당신의 또 다른 최근작이 있습니다. 사람을 그린 '동작 중의 인물'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신이 본질에 대해 그리고 소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나는 이 그림에도 동일한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네, 그런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 그림은 그러한 범주에 속합니다. 그 작품은 동작 중인 인물을 가능한 한 응축적으로 만들려는 시도였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그림이 나이 든 사람의 일인 이유일 겁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한 화가는 그와 같은 대상들의 본질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요.(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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