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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은 어떻까요? 현명한 사람은 주고 받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원리를 압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고, 복을 지어야 복을 받는다고 알지요. 그래서 현인은 부지런히 복을 지어서 복을 받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성인은 주려는 생각만 있지 받으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즉 베풀고도 받으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봄에 밭 갈고 씨 뿌리고 여름에 김매고 열심히 일해 가을에 추수를 해도 필요한 사람한테 다 나눠줘 버립니다.
성인은 왜 그렇게 하는 걸까요? 농사짓는 그 자체가, 그러한 내 인생이 이미 좋은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매순간 집중해 있을 때이므로 그 일로 얻어진 수확은 행복의 찌꺼기임을 아는 것이지요. 그러니 누군가 행복의 찌꺼기인 수확을 원하면 그 사람에게 아낌없이 다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똥을 누고는 뒤도 안보고 가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 똥을 개가 먹는 걸 보고, '이 놈 내가 하루나 걸려 만들어 놓은 걸 네가 먹을 수 있냐!' 이러는 사람이 없듯이, 성인에게 수확은 살의 찌꺼기에 불과해 거기에 아무런 집착과 미련이 없습니다. 그래서 성인은 아무 바라는 마음 없이 집착 없이 중생을 이롭게 합니다. 이러한 성인을 다른 말로 보살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부처는 어떤 경지일까요? 부처는 이 세상에 한 물건도 본래 내 것 네 것이 없다는 것을 증득한 사람입니다. 무소유, 무아소이므로 더 이상 주고받는다는 생각이 없고 다만 필요에 따라 쓰일 뿐이지요. (금강경 강의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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