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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가 당신의 손에 들어갈 때쯤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겠지요. 벌써 죽고 없겠지요." 나는 섬뜩했다. 지금까지 술렁이던 가슴이 단번에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나는 또 거꾸로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한 장에 한 줄 정도씩 거꾸로 읽어 갔다. 나는 한순간 동안에 내가 알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알려고 하면서, 아른거리는 문자를 눈으로 파악하려 시도했다. 그때 내가 알려고 한 것은 단 하나, 선생님의 안부였다. 선생님의 과거, 일찍이 선생님이 나한테 이야기하겠다고 약속한 어두운 과거 같은 건 이미 나한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나는 거꾸로 페이지를 넘기다가, 나한테 필요한 지식을 쉽게 전해 주지 않는 긴 편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접었다.
(마음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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