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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역시 나에게 좋은 게 좋은 것이지 그 자체로 좋은 기타는 없다. 가격이 비싼 기타가 좋은 것인가? 가격이 비싼 기타는 가격이 비싼 기타일 뿐이다.
비싸고 좋은 기타는 좋은 연주자를 만났을 때 그 역량을 발휘한다. 비싼 기타가 곧 비싼 연주가 되는 건 아니다. 실력있는 기타리스트는 아무 기타로도 연주를 잘한다. 실력이 기타에 있지 않으므로 기타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런데 기타리스트도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보기에 좋은 기타. 자신과 맞는 기타.
자신이 만족하는 기타.
기타 자체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어떤 기타가 좋은 기타인가?
좋은 기타는 없다. 또 좋은 기타가 없는 것도 없다.
유명 기타리스트의 시그니처 기타는 아주 비싸다.
누구는 그 기타를 소유하면 그 기타리스트처럼 연주할 거 같은 환상에 사로잡힌다. 유명 기타리스트의 실력을 욕망하는 자신을 유명 기타리스트의 기타와 동일시하여 기타에 꽂히는, 집착하는 꼴이다.
그러나 기타에는 아무 얻을 것이 없다.
기타를 잘 치고 싶은 욕망은 기타를 잘 치는 것이다.
욕망은 기타를 가리지 않는다. 아무 기타로 연습해도 아무 상관 없다. 비싼 기타로 연습하는 것과 아무 기타로 연습하는 것에 차이가 없다
기타를 잘 치고 싶은 욕망은 기타와 무관하다.
욕망은 욕망할 뿐. 나머지는 똥이다.
공하다. 아무 것도 아니다.
T.
1.
욕망의 목적이 욕망일 때 생명력이 가장 강하다.
가령 잡초는 따로 목적이 없다.
2.
포크너 : 작가의 의무는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일을 해 낸 후에 남아 있는 의무는 그 어떤 방법이든 마음대로 처리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글을 쓰는 데 너무 바빠서 대중들에게 신경을 쓸 시간이 없습니다. 나에겐 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궁금해 할 만한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누군가가 내 작품 또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내 작품에 대해서는 내 자신의 기준만 충족시키면 됩니다. 즉 내 작품을 읽으면서 <성 앙트완의 유혹>이나 구약 성경을 읽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지 시험해 봅니다. 이 두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말입니다.
3.
#청자의해석학
"비싸고 좋은 기타는 좋은 연주자를 만났을 때 그 역량이 발휘된다."
기타의 가치는 기타에 있기보다는 능력자가 기타를 활용했을 때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 때의 가치를 능력자가 아니라 기타와 동일시한다. 시그니처 기타. 그러나 기타는 능력자가 아니고선 그런 소리를 못낸다. 우리의 욕망은 능력을 욕망하는 것이지 기타를 욕망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기타에 가치가 있다고 기타에 꽂혀 집착한다면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격이다.
이는 패션 시장에서 자주 활용된다. 성공한 능력있는 연예인이 입은 잘 어울리는 옷이라는 시니그처를 만들어 사람들이 보는 그의 가치를 옷의 가치로 전도시킨다. 눈을 뜨고 꿈을 꾸는 사람들은 그 옷에 집착한다.
내 생각에 명품은 명품이다. 내구성이 좋고, 디자인이 단순하다 등의 차이점, 특장점이 있는데 나는 이점을 좋아한다. 이 점은 내가 보기에 좋은 것이지 그것은 그것일 뿐이다. 내가 보기에 좋은 것이지 소유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예쁜 신발에 예쁨이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보세 옷을 걸쳤는데도 명품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면, 또 명품을 입었는데 보세 옷인 줄로 알았다면 명품인지 보세 옷인지 증명할 수 있는 길은 상표뿐이다. 즉 이름 뿐이다. 이름이나 이름 보증서가 없다면 추정할 뿐이다. 주름)
나에게 있어 '소유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는 사유방식은 이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나의 선택이다.정답은 없다, 또 정답이 없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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