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좀더 강렬한 조명들을 좋아합니다. 제다가 전등갓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마치 당구장에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집을 장식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건 쓸데없는 짓이에요. (24)

2. 젊을 때에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지요. 하지만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절대 알지 못합니다. (24)

3. 난 의자들을 조각으로 생각했고, 그 중 하나를 사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의자로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전혀 편하지 않았어요. 그것들은 매우 '임상적인' 아름다운 오브제였습니다.

당신이 '임상적 회화'라 부른 것에 대한 취향이 바로 거기서 나왔다고 볼 수 있을까요?

내 나름의 의미로 '임상적' 그림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이해하시겠죠? 많은 위대한 예술품은 '임상적'입니다.

이 용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영어로는 '임상적clinical'입니다. 그런데 내가 '임상적'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것은 대부분 리얼리즘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그것을 규정하기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임상적인 것은 차갑고 냉정한 것인가요?

그것은 일종의 리얼리즘입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냉정한 것은 아니죠. '임상적'이 된다는 것은 냉정한 것은 아니고, 일종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그것은 무엇인가에 종지부를 찍는 것과 같습니다. 좌우간, 거기에 냉정함과 거리를 유지하는 며닝 있는 것은 사실이죠. 본래적인 의미에서 '임상적인' 것에는 감정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엄청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임상적인' 것. 그것은 리얼리즘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 자아의 가장 깊은 곳에 이르는 것입니다. 정확하고 예리한 그 어떤 것이지요. 리얼리즘은 당신을 전복시키는 그 무엇입니다...... (27)

4.어쩌면 그것은 당신의 삶과 회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겠군요?

네,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내가 우선적으로 작업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입니다.... <맥베스>가 임상적이었다는 의미에서, 나는 '임상적'회와에 도달하고 싶었습니다. 위대한 시인들은 엄청난 이미지 시동 장치들입니다. 그들의 말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것들은 나를 격려하고 상상계의 문을 열어 주는 것이니까요.(27)

6.
당신이 시, 특히 비극의 매력에 이끌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요. 당신이 더 멀리 나아가도록 부추기고 도와주는 것이 이미지들의 시동 장치인 이 텍스트들 혹은 이 말들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누구를 선동하는 것일까요? 하나의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에 이르게 하고, 또 다른 이미지를 연상시키지요. 당신이 말하듯이, 시인들은 분명히 내가 더 멀리 가도록 도와줍니다. 그들이 나를 빠져들게 만드는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거지요. 시인들은 나를 황홀경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단 한 단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이스킬로스에 비길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시인들은 내가 그림을 그리고 살아가도록 도와줍니다. 셰익스피어는 예리한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개는 다변과 서정적으로 고양된 어조가 많습니다. 나는 무엇보다 <맥베스>를 좋아해요..... <맥베스>보다 더 소름 끼치고 공포스러운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악의 농축액입니다. (28)

7.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말이나 이미지의 충격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그게 정말로 당신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일까요?

나로서는 그렇습니다. 평범하고 진부한 것들은 나를 사로 잡지 못합니다. 난 경박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말과 이미지는 나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내가 예이츠의 <재림The Seond Coming>의 마지막 시행을 읽을 때,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다른 어떤 그림, 다른 어떤 전쟁 이미지들을 볼 때보다도 훨씬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는 일어나서 서재의 선반에서 예이츠의 시 모음집을 들고, 강세 없는 어조로, 거의 특징 없는 목소리로 읽는다.

마침내 돌아온 자기 때를 맞아
베들레헴으로 기어가
거기서 빛을 보려 하는지 알아야 했음을.
- <재림>, 마이클 로보츠와 무용수 (1921)

당신을 감격시킨 것은 이미지의 폭력성이 아니라, 예이츠의 시적 기교와 시행들의 극적인 강렬함인 것 같은데요.

네, 바로 그거예요. 말들의 강도, 그리고 말들의 의미와 예언자적 비전입니다. (29)

8. 당신은 이 혼잡하 아틀리에에서 어떻게 정신을 추스리나요? 이 온갖 '오물'은 당신이 말하는 '임상적인 '회화 개념과 대립하는 게 아닌가요?

그건 사실입니다. 좀 혼란스럽긴 하지요. 그렇지만 그건 본질적인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그런 혼란스러운 상태가 내게 도움이 되니까요.... 본질적인 것은 다른 데 있습니다. (30)

9.사진은 나의 조력자이고 지지대이며 이미지들을 상기시키고 촉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사진을 내가 지우고, 삭제하고, 소각한 뒤, 다시 작업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결국 원본 사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 되고 말지요. 실제로 사진은 정확하게 그려야 한다는 필연성에서 나를 해방시킵니다. 사진은 경이로운 시동 장치이죠. 아시다시피 사진의 발견 이후 회화의 화가의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사신은 다른 이미지들을 생산합니다. 누가 사진을 무시할 수 있겠어요? 사진에는 어떤 화가들도 포착할 수 없는 것을 잡아내는 즉각성이 있습니다. 움직임들을 포착하는...... (30)

10. 1940년대 말경에 한 친구가 내게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과 <움직이는 인간 형상>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서 나온 도판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신체의 움직임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한 아주 귀중한 발견이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엔 감정이 결핍되어 있었어요..... 난 항상 사진보다 더 멀리 가려고 노력합니다. (31)

11. 그러니까 당신에게는 이미지가 필요하고, 그게 출발점이 된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이미지는 하나의 원천인 동시에 더 나아가 개념들을 작동시키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나는 낱말이 더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낱말은 무언가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보다 더 폭력적이기도 하죠. 난 낱말들의 활력을 사랑합니다. 예이츠, 엘리엇, 셰익스피어, 라신을 누가 대신할 수 있겠어요? 아이스킬로스를 읽는 것, 그것은 나에게 이미지들을 강요하고, 이미지들이 내 안에서 솟아나게 합니다. 그 작가들에게는 절대 싫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 작가들은 나를 고양시킵니다. 그들의 활기는 현실을 뒤죽박죽으로 변형시켜서 더욱 더 야생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 둘도 없이 소중한 것입니다. (33)

12. 이이스킬로스의 죄악과 공포로 가득 찬, 비참한 광경의 묘사가 왜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이해가 됩니다. 그에 비하면 <맥베스>는 거의 하찮은 것이 되어 버렸겠군요.....

그렇죠. <오레스테리아아>는 굉장한 작품입니다. 거기엔 아름다움과 활기, 그리고 비할 데 없는 깊이가 있고, 해학까지도 있으니까요. (33)

13. 언젠가 당신이 내개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과학적인 이미지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그 전날 정말로 과학 미술관에 다녀왔다고요.....

네. 사실입니다. 난 늘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요. 그 당시 나는 초상환 연작을 구상하고 있었고, 그림 속에서 등장인물들을 가두어 놓을 창살을 어떻게 그릴지 연구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런 영감도 받지 못했습니다. 모든 이론은 그다지 대단한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물론 그 이론으로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입니다.(34)

14. 그래요, <전함 포템킨>...... 절규하면서 울부짖는 유모의 모습이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줄곧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입을 그리기 위해 난 이 이미지들을 이용하려 했는데, 잘되지 않았습니다. 전혀 진전이 없었지요. 예이젠시테인 영화속의 이미지들이 훨씬 훌륭해요. 파리에 있었을 때 책 한 권을 발견했는데, 구강 질병 환자들을 모은 화려한 색채의 도판들이 수록되어 있었어요...... 교황 법의와 같은 붉은색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귀찮을 정도로 날 따라다닙니다. (34)

15. 고다르의 영화를 모두 보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들의 난폭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안나 카리나의 얼굴에는 감동적인 그 무엇이 있어요. 고다르는 영화의 서사를 스크린에서 전개되는 일련의 이미지의 서사로 파악한 작가입니다. 영화인들은 이미지의 위대한 발명자입니다. 하지만 거의 금전적인 문제로 파산하곤 하죠. (35)

16. 난 그 미술관에서 니콜라 푸생의 경탄할 만한 <헤롯왕에게 학살당하는 아기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습니다. 모든 그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규였지요. (36)

17.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푸생의 구성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또한 그의 푸른색과 노란색을 좋아하지요. 얼마나 장엄한지요! 그의 '절규'는 인간의 절규를 깊이 생각하도록 했고, 나는 그것을 더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는 그보다 훨씬 후에 본 피카소의 그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피카소에 의해서죠. 파리에서 열린 피카소 전시, 삼촌이 데리고 간 로젠베르그 갤러리의 전시는 내게 시각적인 충격이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1928년이나 1929년이었을 겁니다. 바로 그 순간, 나도 저런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는 피카소가 여인들의 풍만한 육체를 형성화하던 디니르시기였어요. 풍만한 육체를 지닌 여인들이 탈의실 문을 여닫는 해변의 풍경들을 보신적이 있을 겁니다. 전시회에서 피카소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날 본 것들은 오늘날까지도 내게 감각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갤러리를 나오면서 난 진심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38)

18. 그렇다면 진정한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보다 훨씬 후에 런던의 해롯 백화점 안에 있는 '정육점' 진열대 앞에서 ,당신이 말하듯이, 또 다른 진정한 '동기'를 발견했지요. 우리는 어떤 사물들이 왜 우리의 감각을 건드리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내가 붉은색들, 푸른색들, 노란색들, 지방질의 고깃덩어리를 매우 좋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도 고깃덩어리 아닌가요? 정육점에 갔을 때, 내가 그 자리에, 고깃덩어리 대신 놓여 있지 않는 것이 난 늘 의아스러웠어요. 게다가 내 정신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아이스킬로스의 시행이 있습니다.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그런 후 다시 말을 잇는다.]

정말이지 고깃덩어리는 내 모든 본능을 자극합니다. 그것은 시각적인 충격입니다. 엄청나게 시각적인, 난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지요. '자, 네 감성을 자극하는 이 모든 것으로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거야'라고요. 때때로 그런 자극이 생기고, 작업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난 그것들을 내 것으로 가로채죠. 그런 것들은 정말 내 취향에 잘 맞습니다. (39)

19.고깃덩어리는 오래전부터 미술사에 나오는 것들입니다. 말하자면, 당신이 그러한 감정을 체험하기 전에 이미 렘브란트를 알고 있지 않았나요?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미학적인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감정이 미학적인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지요....."뒤로 물러서시오. 회화의 냄새는 건강하지 않아요"라고 말한 사람이 렘브란트였습니다. (39)

20. 당신의 그림 속에서 육체를 왜 항상 벌거벗은 채로 두는 건인가요?

이미 말했듯이, 무엇보다 내 그림은 본능에서 나옵니다. 인간의 살을 그리도록 나를 부추기는 것은 본능입니다. 마치 살이 육체 바깥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살이 육체의 그림자인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인간의 살을 그런 방식으로 봅니다. 본능이 삶에 혼합되어 있습니다. 나는 대상을 나와 가장 가까운 것에 접근 시키고, 고기, 야생의 상태로 있는 삶의 진정한 상처들을 충돌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41)

21. 하지만 당신의 인물들은 왜곡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재미로 왜곡하는 게 아닙니다. 인물들은 고통을 굴복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미지의 실재를 가장 날카로운 형상으로 전달하려고 실험하고 시도하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도 거기에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41)

22. 당신은 자주 사람들을 벌거벗겨서 그립니다. 당신 스스로 이미 검열하는 것이 아닌가요?

잘 아시겠지만 예술가는 절대 스스로를 검열하지 못합니다. 내가 심각한 강박에 시달리지 않는지 물어보시는 거죠? (웃음) 난 절대 포르노그래피를 그리려 한 게 아니에요. 난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성향이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감정과 마주할 때, 우리 모두는 결국 벌거벗은 인간이 아닌가요?

23. 당신의 그림은 자전적이라고 단언할 수도 있겠군요......

마치 르포 문학처럼, 출생부터 내 일생을 단숨에 이야기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 이후로 난 개념을 포기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내 삶은 정말이지 난장판입니다.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에 결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당신 방식으로 자기 분석을 하시는군요.....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해 지속적으로, 오래도록 분석하겠지요. (그가 웃는다.) 랭보가 말한 '감각의 교란'이 연상되는군요. 그래요, 내가 실험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그것일 수도 있겠네요. 난 자신에 근거해서 작업을 합니다. (42)

24. 어디에선가 당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록 내가 무를 믿지만 난 항상 낙관주의자였다"라고요.

그 어떤 일도, 그 무엇도, 우리가 죽을 때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당신을 비닐봉지에 집어넣어 쓰레기 더미 위로 던지면 그뿐입니다. 이해하시겠지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용서도, 신앙도, 종교고 아무 소용없다는 말씀이시죠?

[그는 거의 화난 것처럼 언성을 높인다.]

단언컨대, 그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선일 뿐입니다. 나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지만, 종교적인 말들을 믿지 않습니다. 신앙이란 하나의 환영에 불과한 것이고, 종교는 정치인에게만 유용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종교는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하나의 방법이지요. T.S 엘리엇이나 폴 클로델같은 지성인들이 왜 신자였을까요?

[침묵. 그가 일어서서 몇 발짝 걸어가더니, 우리가 있는 책상 가까이에 다시 앉는다.] (43)

25. 종교는 아니지만, 당신은 십자가 처형이라는 주제에 오래도록 천착했습니다. 십자가 처형을 그리면서 그림을 시작했고, 그 후 전쟁이 일어나고 난 뒤에 다른 것들을 그리지 않았습니까?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전혀 종교적인 게 아니었지요.

[침묵]

그것은 잔혹성의 표현이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내가 의도했던 게 바로 그것입니다. (44)

26. 비범한 사람들요? 아시다시피 많은 사람이 내가 위대한 화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난 내가 위대한 화가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난 단지 내 본능적 욕망으로 그릴 뿐입니다. 내 안에 있는 이미지들을 정확하게 재창하려고 노력할 뿐이지요. (45)

27. 아시다시피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어느 정도는 우연입니다. 나는 독학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 그림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림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흔히 말하듯이 그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요. 그 말은 나를 두렵게 합니다. 내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작업을 하고 또 했을 뿐입니다. 십 년 동안 나는 모든 것을 파괴했습니다. 모든 것을 계속해서 부수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46)

28. 그런 이유와 필요성 때문에 계속 파괴하시는 건가요?

아마도 나에게서 강박관념이 새어 나오기 때문에 작업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창조란 나머지 모든 것을 제거해야 할 그 어떤 필연성을 의미합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내 삶을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에 대해서 해석하는 것만을 생각했을 뿐입니다. 창조는 사랑과 흡사해서 당신은 그 무엇에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건 필연성의 문제입니다. 그 순간에는 사물들이 어떻게 오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물들이 스스로 다가온다는 사실이지요. 사물들 자신을 위해서요. 그게 다예요. 그 후에야 해석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요..... 나로서는, 우선은 나 자신을 위해서 작업을 합니다. 물론 그림을 그려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요. (47)

29. 회색빛 의상을 위한 물질로 먼지보다 더 좋은 게 뭐가 있겠어요? 아주 이상적이죠. 여기 무진장 많이 있잖아요. 그런 뒤에 , 파스텔화처럼, 회색빛 담채화 위에 먼지를 고정시키는 것입니다. 에콜 데 보라르에서는 아무도 이런 것들을 가르쳐 주지 않아요.
그렇다시니까요, 사실입니다. 나는 예술 학교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그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보면.... 완전히 실패입니다. 난 아무것도 우회하지 않아요. 만약 후회하는게 있다면, 고대 그리스어를 배우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요, 유감스러운 일이지요. 만약 그리스어를 배웠다면, 내가 좋아하는 작각들의 텍스트를 원어로 읽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아쉽게도 교양이 부족해서 번역에 의존해야 합니다. 번역은 좀 기대에 못 비쳐요.

30. 젊은 화가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줄 수 있으신가요?

충고라고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떤 특별한 충고도 할 게 없어요. 다만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몰입하게 하는 것과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주제들을 다루어야 합니다. 자신의 사유를 머물게 하고 확인해 주는 주제들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리고 순전히 장식적이기만 한 모든 것에서 멀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식, 그것은 얼마나 혐오스러운지요! (49)

'instargr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2.  (0) 2021.02.21
이방인  (0) 2021.02.19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8  (0) 2021.02.16
고통을 택한다!  (0) 2021.02.08
프란시스 베이컨 스타일  (0) 2021.02.08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