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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었다. "하지만 의지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자유의지란 없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다시, 오직 자기 의지만 확고하게 그 무엇에 쏟으면 된다고 말했지, 그러면 자기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건 말이 맞지 않잖아! 내가 내 의지의 주인이 아니라면, 내가 의지를 마음대로 이런저런 데로 향하게 할 수도 없는 것 아니야."
그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그건 내가 그를 기쁘게 할 때 그가 언제나 하는 행동이었다.
"네가 그걸 묻다니 훌륭해!" 하고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 물어야 해, 언제나 의심해야 하구. 그러나 일은 아주 간단해. 예를 들면 그런 나방이 자신의 뜻을 별이나 뭐 비슷한 곳까지 향하게 하려 했다면, 그건 이룰 수 없는 일이겠지. 다만 나방은 그런 따위 시도는 안해. 나방은 자기에게 뜻과 가치가 있는 것,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 자기가 꼭 가져가야만 하는 것, 그것만 찾는 거야.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도 이루어지는 거지. 그는 자기 외에는 다른 동물은 갖지 못한 마법의 제6감을 개발하는 거야! 우리 같은 사람은 동물보다는 활동의 여지가 더 많을 것이고, 관심도 더 크겠지. 그러나 우리도 얼마만큼은 정말 좁은 테두리에 매여 있어서 그걸 벗어날 수 없어. 상상 같은 건 해볼 수 있지, 이런 저런 상상의 날개를 펼 수는 있겠지, 꼭 북극에 가고 싶다라든지, 혹은 그런 무엇을. 그러나 그걸 수행하거나 충분히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소망이 내 자신의 마음 속에 온전히 들어 있을 때, 정말로 내 본질이 완전히 그것으로 채워져 있을 때뿐이야. 그런 경우가 되기만 하면, 내면으로부터 너에게 명령되는 무엇인가를 네가 해보기만 하면, 그럴 때는 좋은 말에 마구를 매듯 네 온 의지를 팽팽히 펼 수 있어.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우리 신부님이 장차 안경을 안 쓰도록 힘써 봐야겠다고 한다면, 그건 안 될 일이야. 그건 그냥 장난이야. 그러나 내가, 그때 가을처럼, 저 앞에 있는 내 의지에서 자리를 바꾸어야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게 되면, 그럴 때는 아주 잘 되지. 그때 알파벳순으로 보아 내 앞에 앉아야 되는데 지금껏 아파서 등교하지 못해 자리를 만들어줘야 했고 물론 내가 그렇게 했지. 내 의지가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즉시 기회를 포착한 거지."
(데미안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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