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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목민의 천막이나 보따리 같이 이동 혹은 떠남을 상징하는 물건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늘어놓는 것이 노마디즘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상투적인 사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목이 정착과 구별되는 것이 이동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멈출 경우에도 이동의 벡터속에서 멈춘다는 것, 비록 재영토화를 하며 나아가지만 언제나 탈영토화의 벡터가 일차적인 힘을 갖는다는 것에 의해서다 . 주어진 배치, 주어진 상식이나 감각을 화해시키며 탈영토화하는 것. 그리고 흐름을 통제하고 질서화하는 홈을 따라 이동하는 게 아니라, 그런 홈을 범람하고 흘러넘치면서 소용들이처럼 모든 방향으로 열린 벡터를 가동하는 것. 또한 윤곽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어떤 시각적 형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윤곽선이 사라지고 형상의 구별이 불가능해지는 근접성 속에서 촉감적인 표면을 읽고 각각의 장소들이 갖는 특이성을, 이른바 특개성을 포착하고 읽어내는 것. 이를 들뢰즈/가타리는 "매끄러운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요약한다. 유목이란 어디서든 "매끄러운 공간"을 창안하고 그것을 점유하며 그 공간 속으로 대중을, 민중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 이진경,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 p358
2.
물은 자신의 몸을 더럽히면서 다른 더러운 곳을 씻어 줍니다. 그러면서도 물의 본성은 늘 그대로입니다.
물은 또한 어떤 형태의 그릇도 마다하거나 가리지 않고 채워 줍니다. 항아리든 접시든, 둥근 그릇이든 네모난 그릇이든, 그 그릇대로 다 채워 줍니다. 말하자면 보살의 마음입니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헌신합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자신을 다 맡깁니다 또 물은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그만큼 겸손합니다.
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겸손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딱딱한 것, 사나운 것에 떨어질 때는 물보다 더 센 것은 없다."
지금의 우리는 그때의 우리가 아닙니다. 새로운 우리들입니다. 겉모습은 저나 여러분이나 비슷하지만 두 달 전의 우리가 아닙니다. 오늘의 우리입니다. 지금의 우리입니다. 강물은 항상 흐르고 있지만 언제나 그곳에 있습니다. 항상 그곳에 있기에 어느 때나 같은 물이지만, 순간마다 새로운 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날마다 그날이 그날이고 같은 시간 같지만, 늘 새로운 날입니다. 그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날마다 새로운 날이 됩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의 훌륭한 덕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흐르면서도 다투지 않습니다. 그릇 생긴 대로 다 채워줍니다. 웅덩이가 있으면 채워 주고, 더러운 곳이 있으면 다 씻어 줍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다."
물은 웅덩이나 시궁창, 모든 곳에 다 머뭅니다. 그래서 물은 도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진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물보살이라고 합니다.
- 법륜,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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