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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나투스.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선 자신의 존재를 끈질기게 지속하려는 속성을 코나투스라고 한다. 운동하는 것은 운동을 지속하려하고, 정지하는 것은 정지를 계속하려고 한다. 관성의 법칙처럼 코나투스는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데, 물체가 그러하듯이 마음에도 동일하게 관성이 작용한다.
2.
마음의 관성은 하고 싶은 것[운동]은 계속 하고 싶고, 하기 싫은 것[정지]은 계속 하지 않으려한다. 마음의 관성은 사람마다 다른데 다른 이유는 사람마다 겪는/처한 인연들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색수상행식의 오온五蘊을 통해 마음의 관성이 성립되는데 관성이 지속되지 못할 때 답답함을 느끼고 화를 내게 된다. "내 맘대로 하고 싶다고!!!" 그러나 마음의 관성대로 따르는 것이 언제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마음의 관성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는데, 진정한 자유는 마음의 관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1
3.
관성대로만 해야한다면 관성에 예속된 것이고 관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관성을 지킬 때와 지키지 않을 자유를 선택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하고 싶은 관성은 해야할 조건과 하지 말아야할 조건과 만나게 되는데, 관성에 예속된 사람이라면 해야할 조건과 하지말아야할 조건 모두에서 하게 되고, 해야할 조건에서 하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없으나 하지말아야할 조건에서 하게되면 나쁜 과보를 받게된다. 이 경우 관성대로하려는 자유를 계속 누릴 수가 없게 되므로 내 맘대로 하는 것이 결국엔 내 맘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4.
사람마다의 마음의 관성은 인연을 통해 쌓이는 것으로 불교용어로 말하면 업이다. 인연은 자연상태에서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 모두가 완전한 것이며 공空하다. 그런데 인간의 영역에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분별되고 좋은 것은 선이고 나쁜 것은 악이 된다. 본래 인연을 생각하면 마음의 관성은 좋은 것고 없고 나쁜 것도 없다. 그것은 그것일 뿐이어서 고칠 것이 없다. 이미 완전하다. 따라서 업도 고칠 것이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업으로부터의 자유다.
5.
업을 바꾸는 데는 힘이 든다. 왜냐하면 외부의 힘을 가해야만 마음의 관성이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란 외부의 힘이 없이는 멈추지 않고 또 외부의 힘이 사라질 시에는 계속 지속되므로 굉장한 힘이 필요하다. 굉장한 힘은 대표적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대결정심을 들 수 있겠다. 대결정심이 아니고선 마음의 관성이 바뀌지 않는다. 예컨대 담배를 피는 관성은 대결정심 같은 외부의 힘 없이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업으로부터의 예속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이라면 업으로부터의 자유는 담배를 피지 말아야할 때 피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된다. 피지 않는 것이 답답하지 않아야 한다. 담배 피는 관성으로부터의 자유인 사람은 담배를 피는 것에도 담배를 피지 않는 것에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 참을 바가 없다.
6.
업은 본래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좋고 나쁨은 인간의 영역에서 분별되는데, 이는 업은 어떤 인연을 맞나느냐에 따라 좋은 것도 되고 나쁜 것도 된다. 예컨대 다이너마이트는 그자체로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데, 이것이 공사의 인연을 만나면 좋은 것, 선으로, 전쟁의 인연으로 만나면 나쁜 것, 악이 된다. 그렇다고 언제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사가 악이 될 수 있고, 전쟁이 선이 될 수도 있다. 정해진 것은 없다. 때문에 업 또는 마음의 관성은 고칠 것이 없으며 다만 인연을 따라 행하는 자유를 누려야 할 것이다. 하지말하야할 인연에선 하고 싶어도 하지 않고 해야할 인연에선 하기싫어도 하는 선택. 또한 하고 싶은 것을 해야할 때는 주저없이 해야한다. 하기싫은 것을 하지말아할 때도 물론이고. 이점이 충분히 강조되어야한다.
7.
마음의 관성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앎이라는 지성을 통해 이성의 지도를 따르는 것이다. 관성을 멈추게하는 빨간불과 관성을 발휘하는 파란불을 이성의 지도가 해내야한다. 이성의 힘은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는 것에 있다. 멈춰야할 때를, 가야할 때를 알기위에선 항상 깨어있어야한다. 가야할 때와 멈춰야할 때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에티카>는 이를 두고 '눈을 뜨고 꾸는 꿈'이라고한다. 즉 전도몽상이다. 이에 대해선 본 블로그 <전도몽상>, <눈을 뜨고 꾸는 꿈> 글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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