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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았던 기억이 슬픔을 만들고 나빴던 기억이 기쁨을 만든다. 좋았던 기억에 메여있으면 새로 닥친 현재에 깨어있지 못하고 현재를 슬픔으로 인식한다. 또한 기쁨에 들떠있다면 나빴던 기억에 매여있는 것으로 새로운 현재에 깨어있지 못한다. 둘다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는 상황으로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있다.
2.
욕구나 욕망 역시 좋았던 기억을 상속해 현재를 결여의 상태로 만든다. 그러나 결여의 상태로 다가오는 현재란 없으며 얻을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는 텅빈충만의 상태로 펼쳐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좋았던 기억에 매여 작동하는 현상으로 알아차리면 욕망하는대로 따라가지 않고 지금의 상태, 즉 기억이 상속되는 상태를 알아차려 알아차림으로써 욕망에 예속되지 않을 수 있다. 욕망에 예속되지 않는 것은 금욕과는 다른데 욕망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하는 것에도 욕망을 참는 것에도 예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욕망하고 욕망하지 않고의 자유는 기억의 상속으로부터 벗어나 인연을 따라 이룬다. 욕망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현재에 깨어있기 때문이고 또한 욕망을 따르는 이유는 현재에 깨어있기 때문이다. 인연을 따라 이룬다.
3.
집착은 기억의 상속이며 상속된 기억에 매여있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것은 기억하되 기억에 매이지 않는 것으로 현재의 인연을 따르는 것이다. 지나간 것은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지나간 것으로 현재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은 지식으로서 우리에게 유익하다. 허나 기억에 매이게되면 현재를 보지 못하므로 또 유감스러운 것이다. 기억은 유익하면서 동시에 유감스러운 것이다. 하여 기억하되 기억에 매이지 않으므로써 현재에 깨어있는다.
지금 슬픈가. 좋았던 기억이 없으면 슬픔도 없다. 기억을 상속받아 슬픔에 빠지기 보다 슬픔이 왜 생겼는가를 보고 기억의 상속을 끊고 새로운 현재를 맞아 다시 기억을 만들어가면 된다. 다시 기억을 만드는 것이 창조이며 삶을 자유롭게 사는 길이다. 몸은 또 삶은 생멸생멸을 지속하고 있다. 기억[生]의 상속이 멸하고 다시 새로이 생하는 것[기억]이 현재를 사는 것이 된다.
4.
기억의 상속을 놓고 보면 슬픔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기쁨을 기억하지 못하면 슬픔을 알 수 없고 슬픔을 기억하기에 기쁨이 있다. 기쁨은 좋은 것이고 슬픔은 나쁜 것인가? 기억의 상속에 메여 기쁨과 슬픔에 빠져있는 것, 다시말해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지 기쁨과 슬픔 그자체에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움임을 알면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사는 것이 또한 현재를 사는 것이 된다. 슬프되 슬픔에 메이지 않고 기쁘되 기쁨에 메이지 않으므로 현재에 깨어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