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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힘

물신숭배-자본

T1000.0 2012. 5. 4. 05:13

 

 오늘날 자본은 신이다. 물신이다. 세상 사람 거의 모두가 알게모르게 이 신을 숭배하고 있다. 숭배자들의 신앙고백은 이렇다. '머니머니해도 돈이 최고야, 믿을 건 돈 밖에 없어.' 따로 성당이나 절이나 교회가 있어 모이고 흩어질 필요없는 울트라 초강력 종교다. 눈뜨면 바로 예배당이다. 법문과 설교가 하루종일 TV 광고를 통해 흘러나오고 신도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엄마 뱃 속부터 모태신앙이다. 이 물신은 십자가나 불상 하나 없이 모든게 십자가요 불상이라, 보고 있어도 보이지가 않는다. 물 속에 있는 물고기가 물이 보이지 않듯이. 우리시대의 보이지 않는 신은 자본이다. 물신숭배 자본. 그런데 숭배보다 더 아찔한 문제는 물신숭배의 굴레를 벗어나기위해 물신을 숭배하게 되는 윤회에 빠지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돈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논리가 상식이 되고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부자가 자유라 여기니 앞으로도 이 윤회는 보장이 확실하다. 이 윤회에서의 개별적인 탈출말고 이 윤회 자체를 해체하거나 윤회의 배열을 제3의 배치로 바꿀 방도[혹은 중도]는 없는 것인지, 이 굴레가 반상(班常)의 굴레처럼 답답하다 한다면 괜한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일단 숭배를 멈추면 윤회도 없다는 사실이다. 개별적으로 자본이 우리시대의 신임을 자각하고 그 성찰을 통해 자본을 도구로 여기고 소유보다는 그 쓰임에 관심을 기울이면 굳이 속박 받을 이유 없다. 돈을 쓸 줄 안다면, 다시말해 돈을 능히 다룰 줄만 안다면 큰 돈이든 작은 돈이든 아무 상관없고, 또한 소유 여부와도 상관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 잘 드는 낫은 있을 수 있지만 더 잘 드는 돈은 없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의 허생원일 것이다. 

하지만 개별적인 탈출말고 윤회 자체를 바꾸어낼 일보 전진의 진보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숭배의 유혹이 너무나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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