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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각주:1]>는 시대에 반하는 혁명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때는 조선시대, 주인공 이대길은 집안의 노비 언년이와 반시대적 사랑에 빠진다. 둘은 진실한 사랑을 통해 시대를 앞질러가는

 

데, 바로 반상(班常)의 구분이 없는 세상을 사유한다. 하지만 이들이 가감히 반시대적 사랑을 선언하자 곧바로 죽음에 내몰리게

 

된다. 언년이는 대길이의 아버지로부터, 대길이는 언년이의 친오빠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다. 끝내는 언년이의 친오빠가 대길

 

이의 아버지(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를 죽임으로써 사태는 더이상 확산되지않고 그가 지른 불더미속에 묻힌다. 둘은 헤어지고

 

시대는 잠잠해진 것이다.

 

반면 또다른 주인공 송태하는 태평성대를 꿈꾼다. 그는 어질고 착한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들기위해 원손마마가 유배된 제주도를 향해 길을 나선다. 최고 엘리트였던 그는 더없이 훌륭하지만 반상의 구분이 없는 세상을

 

한번도 상상하진 못한다.

 

이 점에서 이대길과 언년이는 송태하를 몇 백년 앞질러 있다. 이들이 행한 반시대적 사랑과 고뇌는 "시대에 반하는, 도래할 시

 

대"를 미리 성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대길과 언년이의 언행에는 지혜가 넘친다. 송태하는 대길이와 언년이를 만나서 

 

배우고 때론 감동한다. 그리고 송태하 역시 언년이 김혜원을 사랑하게 되면서 자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반상의 구분이 없는 사회

 

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송태하와 이대길은 쫓고 쫓기는 자가 아닌 함께하는 동지, 대신 죽을 수 있는 친구가 된다. 최

 

후의 순간, 이대길은 새로운 시대의 씨앗이 될 친구 송태하와 사랑하는 김혜원의 퇴로를 확보하며 장렬히 전사한다.

 

 

이대길이 오늘 이 시대를 산다면 무엇을 사유하고 있을까? 그의 반시대적 사랑과 성찰은 무엇일까? 이대길이 되어보자.

 

음양의 원리로 보면 옛날 조선시대에는 반상이 짝을 이루었는데 지금 자본주의시대에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짝을 이룬다. 마

 

하는 두 짝이 서로 상생하지 못하고 상극한다면 시대를 불문하고 불행은 불가피하다. 오늘날 정치는 새로운 정치로 상생의

 

외치고 있다. 갈등과 분열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내자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 뿐이라면 이전의 송태하가 원하던 

 

성대보다 크게 나아간 바가 없다. 어질고 착한 권력이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는 어느 시대나 원하는 

 

아닌가?

 

 

시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반하는, 도래할 시대"를 꿈꾸는 성찰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령 존 레논의 노래 <imagine>처럼, '국가가 없는 사회'를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각주:2]또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분이 없

 

세상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것이 그저 몽상으로 보이는가? 불가능해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한 구

 

분이 없는 세상, 국가 없는 사회가 조금씩은 실행되고 있다.  

 

 

자본은 있지만 자본가는 없는 원조.(또는 증여) 

 

노동은 있지만 노동자는 없는 봉사.(또는 놀이)

 

 

원조와 봉사가 수놓는 아름다운 세상을 한번쯤은 체험했을 것이다. 원조와 봉사는 한낮의 태양처럼 더 무조건이고 더 무분별 할

 

수록 더욱더 이롭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없는 자본과 노동은 기존의 자본과 노동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점을 고려할때 원

 

조와 봉사처럼 자본과 노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확보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자본이 자본가의 권력이 되어 국적없이

 

떠도는 금융자본도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상반되어 보이는 이 둘의 면면이 다른 듯 하지만 하나일 수도 있다. 돈이 흐르다 고

 

이면 권력이 되듯이 돈과 권력은 뗄 수 없는 한 몸임이 분명하니까.

 

앞으로 우리는 반시대적 성찰로서 돈과 힘, 국가와 자본을 고찰하고자한다. 자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창조하고 어떤 용법들이

 

가능한지 그 원리를 헤아리고, 그외 다른 것은 없는지 '시대에 반하는, 도래할 시대'를 사유하고자 한다. 

 

 

 

 

 

  1. <추노>는 2010년 1월 KBS2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본문으로]
  2. Imgine there's no countrie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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