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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여성 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상사가 자신에게 너무 많은 업무를 해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힘들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요
“How would you suggest handling people who expect too much from you? For example, despite the current pandemic and the restrictions imposed, my boss still expects us to be working like we were during pre-pandemic times and the amount of meetings we have not decreased despite us having nearly nothing to report to him about. Another example would be that even though I do as my parents ask of me, they always find a reason to not be completely satisfied with me.
나한테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스님께서 조언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예를 들어 코로나 상황과 제한된 환경에서도 제 상사는 코로나 전과 마찬가지로 일을 하고, 보고할 것이 거의 없는데도 미팅 수를 줄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부모님이 요구하는 데로 다 하는데도, 부모님은 항상 저에게 만족하지 않은 이유를 찾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흔히 범하는 두 가지 착각이 있습니다. 첫째,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다는 착각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내가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진실이라면, 괴로워할 필요는 없잖아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로운 이유는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다고 나도 모르게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다고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에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포기하거나, 포기가 안 된다면 그걸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뿐인 거예요.
둘째, 남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 있다는 착각입니다.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 줄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남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없음을 미안해하거나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상대가 나한테 지나친 것을 원한다고 해서 상대를 미워하기도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두 번째 케이스입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것을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어요. ‘저 사람은 이런 것을 원하는구나’ 하고 내가 알 뿐입니다. 해 줄 수 있으면 해 주면 되고, 해 주기가 싫으면 ‘싫어!’라고 표현하면 됩니다. 해 주고 싶지만 내가 능력이 안 되면 ‘죄송합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돼요.
만약 해주기가 싫어서 안 해주는 것이라면 당연히 상대로부터 비난이나 미움을 받습니다.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해 줄 능력이 안돼서 못해주는 것도 상대가 비난할 수 있는데, 그것 역시 비난을 감수하면 됩니다.
지금 질문자는 해주기 싫거나, 해줄 능력이 없는데, 비난은 받고 싶지 않은 겁니다. 두 가지를 다 갖고 싶은 데서 괴로움이 발생한 겁니다. 이해하셨어요?”
“Yes.”
“이 괴로움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입니다. 상사 입장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안 이루어졌으니 기분이 나쁜 것이 당연하잖아요. 상사로부터 비난을 받기 싫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 주면 돼요. 밤을 새워해 주고 칭찬을 받을 것인가, 못한다고 거절하고 비난을 받을 것인가. 둘 중에 어느 것이 나은지를 질문자가 선택해야 합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
“비난을 받겠습니다.” (웃음)
“그럼 마음 편안하게 질문자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면 됩니다.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돼요. 두려워하거나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어요. 이런 관점을 가져야 인생을 편안하게 살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남의 눈치를 보고 끌려 다니며 살아야 합니다.”
“스님 말씀이 진리인 것 같습니다.”
“항상 거절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때로는 거절하고, 때로는 밤새서 해주기도 하고, 어느 선택을 하든 내가 편안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밤새 일해주면서 그 사람을 미워하고 불평합니다. 또는 거절을 해놓고선 비난받을 것을 두려워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두 가지 모두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핵심은 내가 편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나는 괜찮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저에게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밝게 웃자 스님도 함께 웃음을 내비쳤습니다.
<스님의하루 2020.11.14 외국인 즉문즉설>
T.
'나는 너에게 원하는 게 없어'라고 하면서 나는, 너도 나처럼 하기 원한다. 원하는 게 없는 게 아니라 더 크게 원하고 있는 모순. 나의 어리석음을 참회한다.
[아내가 나에게 원하는 것을 해주기 싫거나 해주지 못할 때 아내의 원망이나 비난을 감수하기. 원망하는 아내를 탓하지 말자]
비난을 감수하라는 말씀을 새겨본다.
내 생각이, 혹은 내 태도가 비난 받는다면 비난을 감수한다. [비난을 감수하기 싫으니까 갈등이 생긴다] 비난을 감수하면 괴롭지 않다.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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