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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세는 수와 세어진 수

T1000.0 2019. 12. 24. 21:54

1.
이런 수를 들뢰즈와 가타리는 '세는 수'라고 부릅니다. 반면 어떤 척도를 통해 비교되고 계산되는 수, 측량에 사용되는 수는 하나의 척도에 대해 정확한 비례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가령 5는 1의 5배이고, 20은 5의 4배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여기서 1은 모든 수의 크기를 비교하는 척도가 됩니다. 이런 경우 어떤 수, 예를 들면 20은 다른 수를 떠올릴 것도 없이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1과 비교된 수고, 1이라는 척도에 의해 셈해진 수, '세어진 수'입니다. 유목민에게 수란 본질적으로 '세는 수'지 '세어진 수'가 아닙니다.

2.
세는 수는 더 이상 계량적 규정이나 기하학적 차원들에 종속되지 않고, 다만 지리적 방향들과 동적 관계를 갖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차원적 수나 계량적 수가 아니라 방향적 수다. 유목민 조직은 확고부동하게 산술적이고 방향적이다. 양은 10이든 100이든 어디에나 있으며, 방향은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어디에나 있다. 세는 수는 리듬적이지, 화성적이지 않다. 그것은 보조나 척도와 무관하다. 보조를 맞춰 행진하는 것은 국가 군대에서 훈련이나 과시를 위해서 하는 일일 뿐이다.(천의고원2 175)

3.
요컨대 유목민의 수는 "암호화된 수, 리듬적, 방향적, 자율적, 이동적인 수"요, 이런 의미에서 "세는 수"라는 겁니다.(천의고원2 176) 반면 국가장치에서 사용하는 수는, 심지어 주민등록번호나 번지수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번호'처럼 명목적인 수조차, 사람이나 영토에 부착된 영토적인 수고, 그것을 통계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며, 사람들의 삶이나 움직임을 포착하고 통제하기 위해 코드화 기능을 수행하는 수란 점에서 유목민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노마디즘2 400)

4.
세어진 수가 자체적으로 척도를 가진다는 점과 세는 수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상대적 수와 절대적 수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자체로는 그것일 뿐인 세는 수가 척도를 가질 때 세어진 수가 된다. 척도 없음의 절대와 척도 있음의 상대. (T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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