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뫎연구

신호와 정보

T1000.0 2020. 8. 18. 23:23

0.

내 말은 그 뜻이 아닌데 상대가 오해할 경우.
내 말은 신호에 불과하며 상대는 자신의 입장에서 그렇게 해석[정보화]한다.
내 말이 전하려는 바가 전달되게 하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다. 이해를 유발 할 수 있을 뿐 결정할 수는 없다. 신호를 정보로 의미화하는 것은 청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내 말을 오해하고 왜곡하는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이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그 의미를 내가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화 중에 상대가 그렇게 들었다면 그대로 인정하자. 만일 그건 잘못 들은 거라고 지적하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생겨나는데 대화를 대화가 아닌 논쟁으로 몰고갈 여지가 크다. 무엇보다 기분이 상하고 후회를 만드는 부작용이 크다. 내 경험]

1.

정보는 신호를 가지고서 뭔가를 시작하는 사람에게서 생겨납니다. 제 생각에 정보란 지각하는 의식 밖에 존재하는 사용대상이 아닙니다. 책, 신문, 녹음테이프, 비디오테이프, 교통표지판 등은 그러니까 정보를 갖고 있지 않고 다만 잠재적인 정보의 운반자일 뿐입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구분입니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역경>은 단지 흰 종이 위에 있는 기묘한 닭발들을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상은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세상은 그냥 있는 그대로 입니다. 이는 특정한 교통표지판을 보거나 붉은 신호등을 보더라도 우리가 운전면허증을 딴 사람이라야 우리에게 그 신호들이 브레이크를 밟고, 중립기어를 놓고 차를 세우게 만드는 정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신호를 정보로 바꾸는 것은 다름 아니라 사람 속에서 진행되는 연산작용입니다. (발명품 155)

2.

공리 5. 서로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것들은 서로를 통해서 인식될 수도 없다. 즉 한 쪽의 개념은 다른 쪽의 개념을 포함하지 않는다. <에티카 1장>

3.

이 예를 해석하자면, 이해와 파악은 어떤 사람이 자신이 속한 문화나 유산에 기반하여 이미 알고 있고 기대하고 있는 것과 말해진 것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형식으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위의 예를 가지고 말하자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했던) 설명의 방법 혹은 방식이 그 아프리카 학생이 설명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형식에 맞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 학생에게 익숙했던 구문론적 구조의 설명이 행해졌을 때 비로소 그는 이해를 하게 된 것이고요.

감사합니다.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네요. 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해나 의미를 체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당신이 아주 멋지게 기술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당신이 필요로 했던 바로 그것을 말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받아들어질 만한 설명, 당신에게 하여금 이해를 이해하게끔 만들어 주는 그런 설명을 해냈습니다. 위의 일화에 대한 당신의 해석은 제가 정리했던 해석학적 원리에 대한 멋진 보기입니다. 제가 정리한 바 있던 해석학적 원리는 '화자가 아니라 청자가 (화자에 의해 행해진) 진술의 의미를 규정한다'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화자가 어떤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청자는 화자가 말한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아주 근본적인 잘못입니다. 저나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소리를 해석하여 그 소리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청자입니다. (발명품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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