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세계 : 중도 연구 노트

한 막대기가 길다고 하나 길다가 아니므로 그 이름이 길다이다. 그것은 그것일 뿐.나는 나.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난 그저 나이고 싶다.

장미는 자기가 장미인지 모른다.

"어떻게 전하께서 누추한 여염집에 들 수가 있겠느냐며, 밤길을 재촉해서라도 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왕이 말했다.내가 저 집에 들어가면, 내가 백성이 되겠느냐 아니면 저 집이 궁궐이 되겠느냐."(문학동네 20호, 1999년 가을, )

"아시다시피 많은 사람이 내가 위대한 화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난 내가 위대한 화가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난 단지 내 본능적 욕망으로 그릴 뿐입니다. 내 뇌 안에 있는 이미지들을 정확하게 재창조하려고 노력할 뿐이지요."(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45)

"다른 누군가가 내 안에서 보는 것 - 그것은 결코 내 자신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코 내 자신의 인성이 아닙니다."

환상을 떠나지 않으면서 환상을 떠나는 것이다.지금 내가 보는 것은 분명 환상이 아니며, 또 환상이 아닌 것도 아니다. 환상이라 해도 틀리고, 환상이 아니라해도 틀리다. 여기에 어디 중간이 있겠는가?중도는 지금 여기 그대로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환상처럼 보는 것이며, 따라서 이미 아무 얻을 것이 없음을, 아무 집착할 게 없음을 바로 알아 아무 걸림이 없는 자유와 오직 기쁨에 도달한다.

스피노자식으로 말하면, 화는 우리에게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이고 그 원인들의 질서를 모른다. 우리는 그 원인을 모르는데, 그 모르는 무지의 자리에 너 때문이라고 덧씌운다. 화가 난 이유가 너라는 것이다.(목적인의 환상) 이 환상에 사로잡히면 화의 원인이 너이므로 너를, 원인을 어떻게해야만 제거된다.그러나 '오직 모를 뿐, 내가 보기에 화가 난다'는 마음을 내면 화는 이제 너가 아니라 내 문제다.화가 나면 상대를 환상처럼 보라. 내가 보기에 화가 나는 것이지, 너 때문에는 아닌 것이다.

(존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존 로스킨은 잉글랜드에 궂은 날씨와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기 예보 방송이 흐르고 있던 어느 겨울 저녁 브리들링턴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예보에서는 심한 눈보라가 예상되니 외출을 자제하라고 했습니다. 이 예보를 듣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고 밖에 눈을 보러 나가지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사륜구동 트럭을 타고 천천히 그리 멀지 않은 월드게이트로 갔습니다. 차에서 비추는 헤드라이트가 눈을 아주 극적으로 밝혀 주었고 우리는 나뭇가지 위에 눈이 쌓여 형태를 이루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마법을 부린 것 같다고 생각했죠. 정말로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