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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관계는 이렇다.

둘의 구분을 대략 말하면 전자에선 평행하는 두 직선은 서로 만나지 않으나 후자에선 평행하는 직선이 무한이 뻗다보면 만난다.

이는 지구의 평행하는 경도가 북극과 남극에서 하나로 만나는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 

이를테면 유클리드 기하학은 매끄러운 공간을,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홈패인 공간과 대비되는데,

창공의 비행기는 매끄러운 공간을 날고 있지만 그 비행기의 그림자는 홈패인 공간인 땅에 드리워져 있어 그 모양이 울퉁불퉁하다. 전자와 후자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공존한다. 이러한 관계는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몸과 마음도 평행하는 두 직선처럼 떨어져 있으나 서로가 하나임을 알아야한다.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공존처럼 말이다. 덧붙여 이는 스피노자의 철학 중에 핵심인 '심신평행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대목이다. 

두 기하학의 공존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또다른 공존들은,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철학으로 대표되는 <논리 철학 논고>는 전자에, 후기철학으로 대표되는 <철학적 탐구>는 후자에 대비되는 공존이다. 두 작품의 공존을 이해하는 것이 비트겐슈타인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대목이다.

또한 나는 반야심경과 금강경의 관계도 이와 같이 보는데, 반야심경이 매끈한 공간을 표현한다면 금강경은 홈패인 공간에서 매끈한 공간을 거니는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공존. 매끈한 공간과 홈패인 공간의 공존, 이 둘은 노자의 <도덕경>의 1장을 연상시킨다. " 이 둘은 다같은 도에서 나왔으나 그 이름이 다른 것이다. 이를 일컬어 현[검다]이라한다. 현 속에 현이 공존한다. 모든 오묘함이 여기서 비롯된다.比兩者, 同出而異名, 同, 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덧붙여 나는 도덕경의 1장을 요약하면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회통한다고 생각한다.

두서없이 내놓은 이상의 생각들은 <이광연의 오늘의 수학>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것들인데, 거기 한 대목을 인용하면

 

택시 기하학은 앞에서 살펴본 예 이외에도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기하학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기하학과는 상당히 다른다. 택시 기하학은 우리에게 수학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즉, 수학을 공부함으로써 고정된 틀에 갇혀있는 생각의 틀을 깨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여러분도 지금까지 알려진 수학이 아닌 새로운 수학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p27)

 

삶에서 이론과 실천이 다름을 늘 경험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과 실천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말하야할 것은 둘이 공존하는 것이 실상이며 둘은 결국 서로 하나가 되기 때문이며 우리는 바로 이 곳에서부터 출발하여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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