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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윤리, 늘 나로부터 출발

T1000.0 2020. 10. 11. 01:06

1.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살피고 놓아주는 마음을 가지면 크게 갈등을 일으킬 게 없습니다. 그런데 제 법문을 듣고 자기 자신을 살피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적용해서, 남편은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시어머니에게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라고 하셨잖아."
또 아내는 남편에게 이렇게 자기 주장을 폅니다.
"스님이 회원 탈퇴, 가입을 분명하게 하라고 하셨잖아."

갈등은 자기를 살피는 데서 출발해야 하는데, 상대가 먼저 바뀌기를 기대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분란만 커지고, 갈등만 깊어지게 됩니다. 너그러워지고 이해심이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것은 바로 내가, 내 인생이 그렇게 변화하는 겁니다. 그래서 인연의 매듭을 푸는 것은 상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인생수업 128)

2.

그와 관련하여 저는 늘 제안했었습니다. 윤리와 도덕을 구분하자고 말이지요. 제 견해로는 도덕이 외적이며 분명합니다. 반면 윤리는 내재적으로 머물러야 하며 개개인의 행위에 어느 정도 젖어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 도덕은 전제적(독재적) 요구, 설교, 규정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그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우리의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어떤 가르침을 강제하고 또 강제적 체계를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논리철학논고>에서 비트겐슈타인이 적은 걸 상기하고자 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만약 <넌 해야 해!>라는 형식의 윤리 규정이 제시되면 첫 번째 드는 생각은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이다"라고 썼습니다. '넌 해야 해!'라는 말은 즉시 처벌에 대한 생각을 볼러일으킵니다. 만약 윤리가 도덕 혹은 도덕주의로 바뀌면 이상적인(바람직한) 것에 다가가는 순간 복종시키려는 전략이 생겨납니다. 그러니까 윤리에 있어서는 늘 '내가 해야 해!'가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내 행동을 내가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묶여 있음이라는 이념을 윤리적 법칙으로 부르는 것은 제가 볼 때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발명품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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