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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연구

전쟁기계와 배반 공갈

T1000.0 2019. 12. 18. 19:50

"전사의 근본적인 무규율, 위계제에 대한 문제제기, 떠나겠다거나 배반하겠다는 영구적인 공갈, 명예에 대한 매우 변덕스로운 감각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이 모든 것들은 다시 한번 국가의 형성을 방해한다."(천의 고원2 140)
<수호지>에 나오는 전사들은 이런 무규율과 "떠나버린다"는 공갈, 명예에 대한 기이한 감각을 가진 적절한 사례를 제공합니다. ..동양 사람들이 많이 읽는 <삼국지>가 국가인 관점에서 씌여진 전형적인 '국가적' 소설이라면, <수호지>는 정반대로 전쟁기계의 관점에서 씌여진 전사적인 소설이란 점에서 아주 극명하게 대립됩니다. 장비 같은 전사의 힘과 무규율성은 왕족의 씨를 받은 유비 안에서 국가적 충성으로 변형되고, 관우라는 전사는 아예 올곧은 충성심을 갖는 선비의 이미지 안에 포획 당했으며, 멍청하기 짝이 없는 유비는 황족이고 착하다(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왕이 됩니다. 게다가 전설적인 천재인 제갈량은 자연의 움직임마저 손아귀에 쥐고 있는 섬뜩할 정도로 전능한 국가인이지요. 여기에 유교적인 덕목이 추가되면서 <삼국지>는 국가장치를 둘러싼 전쟁 게임이 되고맙니다. 조조를 부각시키는 식의 변형도 이러한 구도 안에 정확하게 갇혀 있습니다.
반면 <수호지>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도둑'이나 '범죄자', 혹은 모함으로 누명을 쓴 관리, 부랑자와 탈옥자 등 국가장치에 의해 핍박답고 범죄자로 낙인 찍힌 자들입니다.그러나 누구도 처음 부터 범죄자는 아니었습니다. 대개는 선량하고 능력 있는 인물들이 잔대가리를 굴리는 간신과 관리들에 의해 범죄자가 되고, 귀양을 가며 그것도 모자라 다시 죽음에 쫓겨 할 수 없이 탈옥하게 됩니다. 즉 <삼국지>와 달리 이 소설에서 '국가관리'라는 말은 갖은 악덕과 모든 억울한 사건의 원천이지요. 결국 조개 일당처럼 국가에 반하는 적극적 '도둑'들이 무리를 형성하여 그 모든 핍박과 원한에서 벗어나 양산박에서 '새로운 자유의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노마디짐 2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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