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공기계연구소

다만 할 뿐 : 포크너

T1000.0 2012. 9. 22. 15:16

 

회견자 어떤 독자들은 선생님의 글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두 번 혹은 세 번을 읽고 나서도 말입니다. 이런 독자들에게 어떤 접근 방법이라도 일러 주시겠습니까?

 

포크너 그러면 네 번 읽으십시오.

 

---------------------------------------------------------------------------------------------------------------

회견자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 말씀하셨지요. 작가에게 경제적 자유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포크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가에게 경제적 자유는 필요 없습니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연필과 약간의 종이뿐입니다. 남한테 공짜로 돈을 받는 것이 글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위대한 작가는 결코 기금 재단에 돈을 신청하지 않습니다. 그는 글 쓰는 데 너무나 분주하기 때문입니다. 일류 작가가 아닌 사람들은 시간이 없거나 경제적 자유가 없다는 말로 자신을 속입니다. 훌륭한 예술은 도둑이나 밀주 밀매자 또는 말 도둑에게서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자신들이 얼마나 큰 역경과 가난을 이겨 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강인한가를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훌륭한 작가를 파멸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훌륭한 작가는 성공이나 재산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습니다. 성공이란 여성적인 것으로 여자와 같다고나 할까요. 당신이 여자 앞에서 굽실거리면, 여자는 당신을 본 체도 안 합니다. 여자를 다스리는 법은 여자를 우습게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마 여자들은 굽실거리게 되겠지요.

 

1956년 <파리 리뷰>의 윌리엄 포크너 인터뷰 중 몇몇 대목이다. 나는 이 인터뷰가 실린 낡은 책(출간년도 1987년)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데 모든 게 바로 이 대목 "그러면 네 번 읽으십시오"의 의미가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게 아닌가 한다. 위대한 작가는 다만 글을 쓸 뿐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연필과 약간의 종이 뿐. 다만 할 뿐이다.

'공기계연구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선으로 예속을 피하다.  (0) 2019.11.10
자성 없음의 이해  (0) 2019.10.27
스피노자와 계율  (0) 2019.10.20
차제걸이  (0) 2019.06.24
긍정의 긍정  (0) 2019.04.21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