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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질서를 선호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먼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는 브르타뉴에서 본 모래 언덕을 그릴 때 작업실의 먼지를 사용했습니다. 그것은 바닥의 먼지를 모두 그러모으는 지독한 힘든 일이었지요. 하지만 알다시피 이곳에는 충분한 양의 먼지가 있어서 그림을 비롯한 모든 것들에 달라붙습니다. 그래서 헝겊으로 먼지를 닦아 젖은 물감에 올려놓기만 하면 됩니다. 물감이 마르고 난 뒤에 파스텔을 조절하듯이 그것을 조절합니다. 테이트 겔러리에 소장된 에릭 홀을 그린 초기 작품은 먼지로 채색되었습니다. 사실 그의 옷에는 물감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바닥의 먼지를 아주 얇게 한 겹으로 발라 옷의 회색을 표현했습니다.
2.
먼지는 영원하고, 영원토록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알게 되어 기쁜 먼지의 속성 중 하나는 먼지는 결코 변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40년 전 내가 그림에 붙여 놓은 상태 그대로 생생해 보입니다. 단 작업실의 먼지가 지닌 유일한 문제점은 내가 파스텔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먼지가 지닌 유일한 문제점은 내가 파스텔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먼지가 착색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래 상태의 먼지는 회색 정장에 꼭 맞는 색깔입니다. 그것은 사실 일종의 파스텔이라고 할 수 있고, 아마도 파스텔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어쩌면 더 오래 지속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3.
나는 사물의 영속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저는 그저 플란넬 양복의 살짝 보풀이 이는 특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문득 먼지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에 먼지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당신은 먼지가 괜찮은 회색 플란넬 양복과 얼마나 흡사한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4.
테이트 갤러리의 도록을 찾아서 재료에 대한 당신의 묘사가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군요.
미술관은 작품의 재료가 먼지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미술관은 그것이 파스텔이나 그와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그것은 그저 먼지일 뿐입니다. 반면 모래 언덕 그림의 경우에는 먼지가 안료와 혼합되어 질감을 자아냅니다.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