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과 공, 그리고 인과: 기쁨의 윤리학

1. 존재와 현상이 이처럼 변한다는 사실[무상]은 그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고정된 실체를 지니고 있지 않음[공]을 의미합니다. 바로 그렇게 고정된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원인과 결과가 가능해지고 연기하여 일어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인과]

1-2.어떤 현상이 스스로 존재한다면 다른 요인들에 의존할 수 없습니다. 다른 요인들에 의존하지 않으면 연기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원인과 결과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함께 기뻐해 주는 좋은 원인을 지음으로써 행복이라는 좋은 과보를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질투하는 나쁜 원인을 짓지 않음으로써 고통이라는 나쁜 과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상호보완적인 깨달음

1-3 공이 연기를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공의 개념은 접어 두어도 좋을 것입니다. 현상이 공하기 때문에 선도 악도 없다고 생각하면 공의 의미를 깨닫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공을 깨닫기 위해서는 원인과 결과를 이해해야 합니다. (마음 86)

2.
'선악을 너머', 이것은 적어도 '좋음과 나쁨을 너머'를 의미하지 않는다.
(니체, <도덕의 계보학>)

3.
스피노자가 말하는 기쁨의 윤리학을 불교와 접목하면, 무지타파를 통해 실상을 바로 보고 그 실상의 법칙, 원인과 결과의 연결망속에서 좋음과 나쁨을 구분하고 좋음은 추구하고 나쁨은 피하여 고락의 윤회, 윤회의 굴레를 너머 오직 기쁨만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렇게 기쁨에 충만한 인생을 해탈이고 열반이라 해도 좋지 않겠나. 들뢰즈가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말하는 스피노자의 삼중의 고발, <의식에 대한 고발>, <가치들에 대한 고발> , <슬픈 정념들에 대한 고발>이 왜 숭고한 것이지 이해하게 되면서 한편으로 이 고발들이 "그가 살아 있을 때 이미 사람들이 그를 유물론, 비도덕주의, 무신론으로 비난했던 이유"였다는 것이 참으로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