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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개를 찾아서
우리가 번개가 친다고 말할 때 어법 때문에 주어인 번개가 따로 있어 번개라는 존재가 따로 있는 실체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번개는 존재가 아니라 사건이다. 번개가 치는 사건이 있을 뿐 번개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번개가 치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언어로 이름지어지고 번개는 사건이 아니라 존재로 이름붙여진다.
2. 말벌을 찾아서
"그러면 지각의 과정은 어떻게 서술되고, 인식은 무엇인가요?
인식은 신경체계 안에서 다양한 느낌들 간의 결합이 생겨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자면, 여기 뭔가가 있어서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발이 여섯 개이며 날개도 갖고 있으며 또 웅웅거리는 소음을 만들어 냅니다. 사람을 쏘기도 하고 그래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걸 뭐라고 부를까요?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느낌, 지각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쏘였을 때의 통증, 눈으로 본 느낌, 들리는 소리 등을 연관 지어서 다른 사람에게 말벌에 쏘였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기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쏘여서 아팠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어서, 비록 자신은 여태껏 그냥 벌에게 쏘인 적 밖에는 없지만 말벌에 쏘였다는 말을 듣고 뭔가를 떠 올릴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실재표상이 생겨나고 그래서 우리는 외부에 실재하는 뭔가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 것입니다."(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22)
T.
우리 몸, 우리 신경체계는 번개도 그렇고 말벌에 쏘인 사건을 인식하고 표상한다. 표상은 사건이고 이 사건을 이름붙여 존재로 고정시킨다. 실제로 일어난 것은 사건이지 존재가 아니다는 점을, 일어난 사건을 공유하면서 이름 붙여지고 존재하는 것처럼 실재표상한다.
나 역시 번개처럼 사건의 흐름이다. 말벌의 실재표상처럼 사건을 주체화하고 존재로 이름붙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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