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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때문에 괴로울까, 생각 때문에 괴로울까.
'모르운 게 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실 보다 생각 때문에 괴롭다. 사실이 어떻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괴롭지 않다.
<반야심경>은 말한다. "모든 것은 공하다. 성스러운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없다." 사실은 이렇다, 성스러운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없다. 생각으로 성스럽다 더럽다 할 뿐.
과거의 상처로 지금 괴로운가. 그 때, 그 일, 그 사실을 잊지 '못' 한다면. 그 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알아야한다. 불구부정! 지난 밤 악몽에서 깨어나라.
2.
하인쯔 폰 푀르스테르는 체계들에 대해 대단히 깊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것들의 모체를 알고 있고, 이 모체에 의해 덮이지 않는 틈들과 빈 공간들을 발견합니다. 이 틈들 속에서 그는 완전한 자유와 더할 나위 없는 자기믿음을 가지고 움직이며, (꼭 그래야 한다면) 자기 자신을 보이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몇몇 일들이 마무리하기 위해 그와 함께 마을로 내려가서 주차 공간을 찾던 때가 기억나는 군요. 하인쯔 폰 푀르스테르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경찰서 앞에다 차를 주차했습니다. "특별히 허가된 차량만 주차 가능함." 그가 매우 자신만만하게 차에서 내리자, 나는 그에게 주차하기 위해 왜 딱히 이 장소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가 진짜 특별한 허가를 얻었는지 걱정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특별히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여기에 주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찰조차도 내가 분명히 가졌다고 믿을 거에요.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내 차를 감히 이곳에 주차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내 반응은 이랬습니다. "오 저런, 들통이 날 텐데요." 그가 말했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건 당신이 실제로, 차를 이곳에 주차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 대화는 나한테 무엇보다도 환한 빛을 던져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하인쯔 폰 푀르스테르가 갖추고 있는 체계적 이해를 밝혀 주었고, 동시에 내가 자기믿음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나는 하나의 체계 속에서 활동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이것을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이 이해를 완전히 신뢰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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