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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통(횡단)학

실체,변용,양태

T1000.0 2013. 1. 1. 08:56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과자 공장에서는 동물, 차, 사람, 비행기 등 여러다른 모양의 가자를 구워낸다. 각각 이름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 같은 반죽에서 만들어 맛은 같지.

이와 같이 이 우주에 있는 태양, 달 ,별, 산, 강, 사람 등등 모든 것들이 각각 다른 이름과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같은 실체에서 비롯되었다. 이 우주는 서로 반대되는 짝-빛과 어둠, 남자와 여자, 소리와 침묵, 선과 악-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런 반대되는 것은 서로 통한다. 왜냐하면 같은 실체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의 이름과 모양이 다를 뿐, 실체는 같다, 이름과 모양은 우리의 생각으로 만들어내 낸 것이어서, 생각하지 않고 이름과 모양에 집착이 없다면, 모든 실체는 하나다. 우리의 '모르는 마음'이 모든 생각을 끊어 낸다. 이것이 바로 네 자신의 실체다. 이 주장자의 실체와 너의 실체는 하나다. 네가 주장자이고 이 주장자가 바로 너다."

제자가 물었다.

"철학자들은 이 실체라는 것을 에너지, 마음, 하느님, 물질이라고들 하는데 과연 어는 것이 옳습니까?"

"4명의 눈먼 장님이 동물원에 가서 코끼리를 찾아갔다. 한 사람이 코끼리 옆에 서서 '코끼리는 벽처럼 생겼군' 했다. 다른 사람은 코끼리의 코를 만지더니 말하기를 '코끼리는 뱀처럼 생겼어' 하고, 그다은 사람은 코기리 다리를 만지고는 '코끼리는 기둥처럼 생겼네' 했다. 마지막 사람은 코끼리의 고리를 만지고서 '코끼리는 빗자루 같아' 했다. 곧 이 네 장님은 서로 자신이 맞다고 우기기 시작했는데, 자신들이 만져 본 부분만 옳다고 믿고 싸우는 것이었다.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실체는 이와 같이 이름이나 모양이 없다. 에너지, 마음, 하느님, 물질, 이 모든 것은 이름과 모양일 뿐이다. 실체는 절대다. 이름과 모양이 있다는 것은 상대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세계가 바로 이 네 명의 장님이 자신이 옳다고 싸우는 꼴이다. 우리 자신을 알지 못하면 진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항상 다툼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 세상 몯느 사람들이 자신을 깨달아 이 절대를 얻게 되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고, 이 평화야말로 선(禪)이다.      

제자가 물었다.

"선을 수행하는 것과 세계평화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사람들은 돈, 명예, 섹스, 좋은 음식, 편안함을 원한다. 이와 같은 욕망은 다 생각일 뿐이다. 생각은 고통을 만들어 내고, 고통 속에서 평화는 오지 않는다. 생각이 없으면 고통에 빠지지도 않는다. 고통이 없다는 것이 세계평화이고 이것이 절대이고, 이 절대를 '나'라 부른다."

"그렇다면 절대는 어떻게 얻습니까?"

"너 자신을 깨달아야만 하지."

"어떻게 자신을 깨닫습니까?"

선사는 주장자를 들어올리며 물으셨다.

"이게 보이느냐?"

선사께서는 재빨리 법상을 주장자로 한번 치시면서 이르셨다.

"이 소리를 들었느냐? 이 막대기 소리와 너의 마음이 같으냐? 다르냐?"

제자가 대답했다.

"같습니다"

"만약 같다고 말해도 30방 맞을 것이요, 다르다고 해도 30방을 맞을 것이다. 왜냐?"

제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선사께서 '할!!!'을 외치시고 말씀하셨다.

"봄이 오니 풀이 절로 푸르구나."[각주:1]

 

T1000.0 : 인용한 글은 숭산스님의 '선禪이란 자신을 아는 것'이란 선문답인데 이 문답은 스피노자의 <에티카> 1장 '신에 대하여'를 간명하게, 한눈에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스피노자는 실체를 '신'이라 규정한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신은 일반적인 '신'이 아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신은 이런 것이다. "봄이 오니 풀이 절로 푸르구나."   

 

 

  1. 숭산스님, <부처가 부처를 묻다> p2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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