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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통(횡단)학

소수, 드물다.

T1000.0 2013. 1. 14. 16:52

스피노자의 놀라운 책 <윤리학>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이것으로써 나는 감정에 대한 정신의 능력과 정신의 자유에 관하여 증명하려고 한 모든 것을 완료했다. 이것들에 의하여, 현자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지 그리고 현자는 오직 음욕에 의해서만 휘둘리는 무지한 자보다 얼마나 더 뛰어난지가 명백해진다. 왜냐하면 무지한 자는 외부의 원인들에 의하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교란되어 결코 정신의 참다운 만족을 향유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치 자신과 신과 사물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생활하고, 작용받는 것을 멈추자마자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멈추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현자는 현자로서 고찰되는 한에 있어서 정신이 거의 동요되지 않고, 자기와 신과 사물을 어떤 영원한 필연성에 의하여 의식하며, 결코 존재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언제나 정신의 참다운 만족을 향유하고 있다.

지금 이러한 목적지에 인도하는 것으로서 내가 제시한 길은 몹시 험준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발견될수는 있다. 진실로, 이와 같이 드물게 발견되는 것은 곤란한 일임에 틀림없다. 만일 구원[행복]이 눈앞에 있어서 큰 노력 없이도 발견될 수 있다면, 어떻게 거의 모든 사람이 그것을 등한시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드물다.[각주:1]

 

스피노자가 드물다고 한 최고의 행복을 확실히 성취한 사람을 꼽으라면 부처가 아니겠는가.

분명 <금강경>에서 부처는 '드무신 분[希有]'이라고 불린다.

 

"드무신 분,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들을 잘 감싸 주시며 모든 보살들에게 잘 부촉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 마음을 낸 선남자 선여인은 반드시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각주:2]"

 

그러나 어렵고 드물다는 말이 의미하듯, 우리는 그 길을 성취해보지 않고는 그로써 향유하는 자유와 행복을 헤아릴 수 없고[금강경의 어마어마한 모래알 비유처럼] 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너무도 쉽고 흔해, 이 심정을 영화 <매트릭스>의 등장인물 사이퍼가 잘 대변한 바 있다.

 

"나도 알아. 내가 느끼는 맛이 가짜라는거. 진짜 맛있는게 아니라 스테이크가 입에 들어가면 내 머리로 '맛있다'라는 전기신호가 가고 그렇게 느끼는 거지. 이건 가짜야.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진짜라고 비참한 것보단 가짜라도 편한게 더 나은거 아닌가? 날 매트릭스로 다시 돌려 보내줘.. 그리고 영화배우같은 유명한 인물로 만들어줘"[각주:3]

 

어렵고 드물다는 것을 부처는 이렇게 비유한 바 있다.

 

"전쟁에서 수천명의 사람을 수천번 정복했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정복한 사람이 가장 위대한 전사이다.[각주:4]"

 

 

어렵고 드물기에, 모두가 등한시 하기 쉬운 길. 그러나 상상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 없는 위없는 행복에 대한 소식 사이에서의 잦은 방황은 바로 욕심 때문이 아니겠는가. 공부는 하기 싫으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어리석은 아이처럼. 어쩌면 중생의 욕심이 어렵고 드물게 만들고 있는지도. 욕심을 버리고 계를 세워지키며 할 뿐이라면 어느덧 도달해 있는 구원과 행복이라 돌아보면 어렵지도 드물지도 않은 일일지도 모를일.    

 

 

 

  1. 황태연 역, <에티카> p336 [본문으로]
  2. 정화스님 풀어씀, <금강경> p17 [본문으로]
  3. 사이퍼의 대사를 인터넷에서 찾다가 만난 글 참조(http://www.cyworld.com/secondgoods/7140227) [본문으로]
  4. 아라한에 대하여 검색하다가 'kbs다큐 아라한 완전한 행복'이란 프로를 소개하는 글을 만났다. 참조(http://blog.naver.com/micromidas?Redirect=Log&logNo=5015358159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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