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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들이 늘상 게임만 하고 있어, 게임중독이라 이름 붙여 문제시 해왔는데, 아들이 게임을 하는 소리를 자주 듣다보니 게임 중독이 아니라 친구 중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헤드셋을 끼고 학교 친구들과 [비록 따로따로 떨어져 있지만] 시끌버쩍 수다떨며 욕도 섞어가면서 재미나게 놀고 있구나.' 놀이가 즐겁지 않고선, 밥도 제때 먹지 않고 장시간 앉아있기란 불가능하다. [아들은 게임에서 레벨은 중간 정도 되는 것 같고. 선수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우리 때에 비춰보면 당구에 미쳤다고나 할까, 당구장에 살다시피해도 당구 중독이라 이름 붙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그 당구에 미친 친구들은 지금 잘 살고 있다.

정말 있는 그대로 본다면 코로나 시대의 너무나도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게임을 안하는 친구들은 무엇을 하고 지낼까? 공부, 등산, 운동? 게임은 새시대의 흐름이지 않나.

법륜스님이 속한 정토회에선 신도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불공도 드리고 즉문즉설도 하는, 새로운 환경의 절 모습을 시도하고 있다. 자기 방이 절이고 앉은 자리면 어디서든 화면을 두고 명상을 한다. 획기적이고 현명해보인다.

아, 아이들은 벌써 알고 있었구나. 자기 방이 놀이터고 어디에서든 놀아야한다는 걸.

2.
정토회의 <스님의 하루>에 소개된 어느 할머니의 말씀을 보면서 하루 종일 앉아 게임하는 아들과 불평하는 엄마의 모습이 꼭 그와 같아 게임 중독이 별일 아님을 깨닫는다.

"법회를 끝마칠 무렵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팔십이 넘은 노보살님이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정토회의 모든 사업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조직개편이다, 공청회다, 제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 정토회에 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뭔 짓이냐’ 이렇게 불평이 많습니다.” (웃음)

“한국에서 어떤 분은 남편이 두꺼비집을 내려버렸다고 해요.”

“사실은 질문이 있었는데, 스님께서 자세히 말씀해주셔서 질문이 없어졌습니다. 대신에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싶어요. 제가 처음으로 다음 주에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맞으러 갑니다. 그래서 너무 좋습니다.”

“네. 박수 한 번 쳐 드립시다.” (박수)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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