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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나무>

언어적 영역

T1000.0 2020. 12. 15. 06:44

우리가 '언어적 영역'이란 개념을 ('인지활동'이란 개념과 비슷하게) 제멋대로 고르지 않았음을 알기 바란다. 이 개념을 통해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인간의 언어행동도 사실상 (집단적인 공동개체발생을 통해 생기고 유지되는) 상호 개체발생적 구조접속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만약 낱말들이 세상의 사물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관찰자의 기술은 낱말들이 개체발생적 구조접속을 통해 확립된 행동조정이라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런 기술은 신경계가 어떤 독립한 세계에 대한 표상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는 우리 생각과 모순된다.
이와 달리 타고난 의사소통적 행동은 (그것의 안정은 그것이 일어나는 사회적 체계의 문화적 안정이 아니라 종들의 유전적 안정에 달렸다) 언어적 영역을 이루지 않는다. 이런 행동이 내놓는 의사소통적 행동조정의 영역은 개체발생을 통해 생긴 것이 아니다. 예컨대 꿀벌의 이른바 '언어'란 언어가 아니라 본능적 행동과 언어적 행동이 섞인 것일 뿐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계통발생적 행동조정이며, 다만 집단에 따라 다른 몇몇 변이 또는 '사투리'가 개체발생을 통해 생길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어떤 언어적 행동과 그것을 통해 조정된 활동이 서로 그다지 닮지 않았음은 결코 뜻밖의 일이 아니다('탁자'란 낱말과 어떤 탁자를 말로 가리키면서 하는 행동 사이에 무슨 닮은 점이 있는가?). 게다가 이런 사실은 구조접속의 근본 기제와 완전히 일치한다. 개체들 사이의 행동조정을 가져오는 재귀적 상호작용은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생길 수 있다. 예컨대, '탁자', table', 'mesa'등과 같이, 이 때 중요한 것은 재귀적 상호작용이 가져오는 활동조정이지, 상호작용의 형태가 아니다. 실제로 언어적 영역은 사회적 체계에서 문화적 표류를 통해 새긴다. 문화적 표류란 생물의 유전적 표류와 마찬가지로 어떤 계획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체계가 구성요소들의 행동을 통해 보존됨을 조건으로 해서 일어나는 행동의 변천과정이다. (앎의 나무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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